소쇄원을 가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깨지고 갈라져 수많은 모서리 생겨
새 바지 밑단 한 땀 한 땀 공그르기 하듯
온 힘 다해 보지만 자꾸만 어긋지고 끊어지는
시간들에 손끝마다 상처만 허다해
동트는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다
대숲 바람 소리를 찾아
남도로 내달려 소쇄원엘 찾아갔다
까치봉 아래 뒷동산이 안아주고
증암천이 쓰다듬어주는 왕대숲 오솔길 지나
흙돌담 기대앉아
배롱나무·회화나무 바둑 두는 소리
대숲을 지나는 바람이 가야금 타는 소릴 듣다
침침한 눈으로 한참을 씨름하다 찾아 낀 바늘귀처럼
고개 숙이고 싱긋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