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용산 발 무궁화를 타고
정읍에 내려 역앞 순두부집 문을 열고 들어가
구석진 자리에 앉아 놓쳐버린 시간을 후루룩 마시고
오래전 할머니 음성같은 슝늉을 오랬동안 머금고 있다
툭 던지는 말처럼 정오가 지난 정읍을 걷는다
여름 내 햇살에 지치고
되돌이표 일상에 멀미가 심해질 때 마다
가을엔 정읍에 꼭 갈거야
한적한 황토길을 걸을 거야
걷다가 길섶 가장자리 구절초 꽂이 보이기라도 하면
떨썩 주저앉아 쉬어 갈거야
꽃의 전설을 노래 할거야
해가 조금씩 기울어 갈 무렵이면
우화정 물빛에 걸린 단풍잎 붉은 길을 걸어 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