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의 밤
단동에 밤이 내려앉는다
붉은 천막 아래 포장마차가 불을 켠다
길게 늘어선 꼬치들, 연기가 피어오르고
양꼬치의 기름진 향이 골목을 채운다
낯선 도시의 밤, 우리는 그 속에 있다
언어는 불통이지만, 허기는 모두들 같다
포장마차 앞에 선 나는 손짓으로 주문하고
포장마차 주인은 웃음으로 답한다
고량주 한 병이 앞에 놓이고
작은 잔에 따르는 투명한 술
목을 타고 흐르는 쓴맛 속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한데 모여 앉아
고기 한 점, 술 한 모금 나누며
묵묵히 밤을 견딘다
포장마차 주인의 손놀림이 익숙하다
삶이 녹아든 그의 움직임 속에
고단한 하루가 스며 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포장마차의 불빛 아래에서
나는 잠시나마 이 도시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