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창에 눕는다
등 뒤로 하루가 접힌다
저물녁 유리창 위로
물비늘이 천천히 흘러간다
소리 없이 미끄러지는 궤도
누가 먼저 나를 건너는지
알 수 없는 저녁 무렵이다
나는 다리 위를 지난다
다리가 나를 지난다
섬 하나, 숨 쉬듯
오래 바라봤다
누군가의 졸음이
창턱에 기대 있다
그 아래,
놀빛 한 줌 눕는다
한쪽 귀에서
모래처럼 음악이 흐른다
가사 없는 노래
다 외운 것처럼 들었다
누구는 커피를 마시고
누구는 집을 생각했다
이름 없는 것들이
창가로 흘렀다
나는 오늘을 들고
바다를 건넜다
그게 다였다
그리고
내 얼굴이
유리에 잠깐 스쳤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도
금세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