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커젤 감독. 맥베스
맥베스(마이클 패스벤더)에게 예언은 선언이자 선고였다
예언자들은 사형집행인과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 맥베스의 사형은 집행되고 있었다
다만 그는 감당할 수 없는 권력의 저주를 먼저 받았기에
아낌없이 그 저주를 주변 모두와 공유한다
동반자살의 서막이자 비극이었다.
충성을 맹세했던 왕을 도륙하고
전장을 휘저었던 친구를 암살하고
망상에 사로잡혀 휘하 영주의 가족을,
그 아내와 아이들을 화염으로 참살한다
예언이 있기 전
맥베스의 자녀는 먼저 숨을 거뒀고
그에게 악을 사주하고 독려했던
맥베스의 아내(마리옹 꼬띠아르)는 꺼지지 않는 혼돈 속에서
후회하며 눈을 감는다
맥베스의 도구가 검을 넘어선 왕관이 되었을 때
그는 전장이 아닌 국가 전체를 공포에 처넣는다.
왕좌를 감당할 수 없는 개인의 두려움을
국가 전체의 두려움으로 전염시킨다
망상의 등장인물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그는 점점 자신이 길을 잃었고
한번 저질러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 또한 깨닫는다
모두가 맥베스를 죽이고 싶어 했고
그 또한 생의 의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에게 남아있는 건 공포뿐이었다
허울뿐인 권력을 누군가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와 우울, 환영과 환각, 목소리와 그림자들.
죽는다고
죽인 자들의 목숨은 돌아올 수 없었고
어쩌면 왕관을 쓴 이후 내내 정신병에 시달린 듯한
그의 처지는 치욕 속에서 동정받는다
차라리 전사로서 정당한 살육 속에 내던져 있을 때
광기는 온전히 인정받는 듯했지만
세상에 군림하는 단 한 명의 자리로 추앙받았을 때
모든 파멸의 근원, 모든 재앙의 축이 되어가며
명이 끝나길 재촉받았다.
이건 어쩌면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라 같은
권선징악의 신화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매우 단순하고도 쉽다
모든 대화는 독백으로도 기능하기에
그는 어느 모두와 대화하면서도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 태도로 존재한다
스코틀랜드의 대지 위에서
맥베스는 한 톨의 먼지처럼 보인다
그는 한때 모두를 태워버릴 불꽃처럼
자신의 두려움을 내뿜었지만
붉은 바람 속에서 산화하며
흙으로 돌아갔다
먼저 간 아이와 아내에게로
또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가 예정되어 있던
무간의 지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