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인간 실격

대니 보일 감독. 스티브 잡스

by 백승권



양부모에게조차 거절당한 입양아,
그리고 매킨토시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을 만든 사람

스티브 잡스는 어쩌면 비틀스 당시
존 레넌이 인터뷰에서 그랬듯
'예수보다 더 유명한' 인물일지 모른다

전 세계 휴대폰 소지자 중
그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란
윈도 운영체제를 경험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성과는 물과 공기와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

그가 아이폰4S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세상은 그가 짜 놓은 UI 안에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애런 소킨은
대니 보일은
마이클 패서벤더는
모두가 대략 경험하고 알며
경탄할만한 이런 가시적 성과 측면을 풀어가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기계보다 불완전해 보이는-
인간에 집중한다

첫 줄에서 언급했듯 입양아 스티브 잡스를
늘 타인과 불화하는 스티브 잡스를
딸의 생부로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스티브 잡스를
자기의 결정 외에 무엇도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 스티브 잡스를
그렇게 모두에게 미움받고
신뢰를 잃었던 스티브 잡스를

인간 스티브 잡스에게 가까이 간다

그래서 내내 더 나은
성능과 디자인의 컴퓨터만 고민 고민하고
절대 그 어떤 인간관계도 소중히 하지 않았던

왜곡된 기억과 잔인할 정도로 핏줄에게
무책임했던 한 성공한 IT 사업가의 백스테이지를
재현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끝까지 만족시키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없이 냉담했다
완벽한 기계를 만들었지만
결함 투성이 인간이었다

영화는
연대기를 훑지 않는다
두 번의 신제품 발표장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회상, 갈등과 회한에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봤더라면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누가 자신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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