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란 뱅크, 대니얼 디모로, 모건 펨 감독. 킹메이커 로저 스톤
"오늘날 상대에게 해를 입히는 정치는 관심을 얻으려면 필수적입니다."
"일은 어디까지나 일이다."
"정부는 우리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자체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침묵하는 대중이 돌아오면 나라를 되찾을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정치에서 잘못된 것보다 더 나쁜 건 따분한 것이다."
"1987년 트럼프에게 대통령직 출마를 제안했어요."
"대부분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소홀히 취급하고 싶어 하죠."
"증오는 사랑보다 더 강한 동기 요인이다."
미국이 붕괴하고 산산조각 날지도 모르지만 로저 스톤은 즐기기로 마음먹었죠."
"난 증오를 즐겨요."
정의가 이기면 좋겠지만, 정치계에서는 이기는 게 정의다. 이기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선택할 기회를 얻지만 지면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명분이 좋고 이상이 일치해도 지면 잊히고 잊히면 끝이다. 선거가 추악해지는 건 그래서이다. 상대를 선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홍보, 광고, 캠페인 뭐라고 부르든 목표는 아니다. 상대보다 더 많은 표를 얻는 것. 상대에게 더 적은 표를 가게 하는 것, 단지 승리를 위해 상대의 숨기고 싶은 과거와 추악한 사생활이 만방에 퍼져 나간다. 과장과 거짓말, 모략과 고함, 차별과 선동이 판을 친다. 품위는 덜 배고픈 자의 이른 여유다. 결과가 모든 걸 용서하는 곳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용인된다. 합법과 위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자극적일수록 이목을 끌고 이목을 끌수록 지지받을 가능성도 같이 커진다. 상대가 혐오하는 거의 모든 행위를 아낌없이 저지른다. 이렇게 해서 이긴다면 모든 과정은 승리 전략으로 탈바꿈한다. 최후의 마이크를 쥔 자가 룰을 정한다. 악법을 법으로 선언한다. 로저 스톤은 이러한 세계에 동물적으로 적응하여 거대한 판을 키운 자였다. 닉슨, 레이건, 트럼프까지 모두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조언에 귀 기울였으며 그의 퍼포먼스로 이익을 봤다. 모두 대통령이 되었고 곁에는 로저 스톤이 있었다.
결과는 곧 영향력이다. 어떤 접전을 벌였든 대통령이 된 자와 아닌 자의 영향력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로저 스톤은 짐승 같은 더듬이로 누가 미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지 판별했다. 그리고 수십 년에 걸쳐 그와 거리를 좁힌다. 끊임없이 제안하고 설득하며 정치계 입문을 독촉한다. 부동산 재벌을 넘어 미국의 대마왕이 되라고 유혹한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맹독이겠지만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에겐 아주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로저 스톤은 저학력 저소득 백인들을 자극하여 선동하는 -그래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실행한다.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를 꺾고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힐러리는 남편 클린턴의 성범죄 피해자들을 괴롭혔던 파렴치한 여자로 끊임없이 포지셔닝된다. 힐러리는 진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의 꿈은 사라진다. 미국은 암흑기가 되었지만 로저 스톤에겐 수십 년에 걸친 오랜 시도가 실현된 셈이었다. 미국은 그의 게임판이었다. 로저 스톤은 판과 규칙을 모조리 뒤엎으며 미국의 역사를 만들고 있었다. 다수가 욕했지만 관심의 표현으로 여겼다. 그는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자신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거인이 어떤 쓰레기든, 세계를 어떻게 짓밟든 그 거인의 어깨에 올라앉는 방식을 아는 자였다.
그에게 도덕과 윤리는 패자의 카드였다. 악마에게 이길 가능성이 보인다면 기꺼이 다가가 악마의 동료가 되는 자였다. 더 큰 문제는 승리라는 결과를 만듦으로써 추악한 과정을 하나의 기준으로 정립했다는 점이다. 패자들에겐 발언권이 없었고 승자들의 방식은 이후 캠페인들의 레퍼런스가 되었다. 이런 과정이 수십 년에 걸쳐 이르며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싫어할 수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물, 기어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로저 스톤은 과감하고도 탁월한 전략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미국의 역사를 바꿔온 오랜 커리어를 통해 자신만의 법칙을 철저하게 따른다. 닉슨, 레이건, 트럼프까지, 현재의 미국은 로저 스톤의 영향력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의 비극은 그의 두뇌로부터 그려졌다.
선거의 승패는 권력과 이익의 경로를 결정한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볼 때 로저 스톤은 해결사였다. 권력이라면 전쟁도 불사하는 세계에서 로저 스톤의 입지는 독보적이었다. 단순히 비난과 증오로 점철되기엔 간과하는 게 너무 많다. 그가 역사의 향방을 움직일 줄 아는 도구를 자처한다면, 그 쓰임의 영역이 공익이라면 어떨까. 핵심 권력의 쟁탈을 넘어, 최종 목표에 공익이 있다면 그는 또 다른 역사를 쓸 수도 있을 텐데. 현대 미국과 국제 사회에 끼치는 막강한 영향력에 잠시 딴생각을 했다. 무의미한 공상, 괴벨스가 히틀러를 배신하는 선례가 있었다면 모를까. 어디선가 또 다른 로저 스톤이 차기 트럼프를 물색하고 있을 것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무리 외에 모두가 망하는 길로 가는 지도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