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군인 아들, 어느 미군가족의 10년

레슬리 데이비스, 카트린 아인호른 감독. 아버지 군인 아들

by 백승권

*스토리 노출이 있습니다.


두 아들은 아빠와 산다. 아빠는 미군,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나가 6개월마다 아이들을 보러 온다. 6개월이라니, 아이들의 그리움이 화석이 되고도 남을 시간. 아빠는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모자도 옷도 아빠처럼 모두 밀리터리 룩이다. 심지어 꿈도 군인이라고 말한다. 전쟁에 나가고 싶다고. 아빠가 좋으니까 아빠가 선택한 길도 좋아 보이는 것 같다. 아빠가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떠나야 할 때마다 너무 슬펐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정보다 빨리 아빠가 돌아왔다. 부상당한 몸으로.


전투 중 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다. 아빠는 버티겠다고 했고 절단을 미뤘다. 힘겨운 시간의 시작, 뒤늦게 절단을 결정하고 전장으로의 복귀는 영영 무산된다. 아빠는 침울하고 화내고 살이 찐다. 동네도 시골이라 일거리도 없다. 하루 종일 컴퓨터 책상에 앉아 전쟁게임 플레이에 몰두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버지 군인 아들'은 뉴욕타임스가 10년에 걸쳐 한 가족을 촬영한 결과다. 아빠는 군인 특유의 불굴의 투지를 앞세워 재활훈련을 멈추지 않았지만, 조금만 걸어도 몸이 너무 아팠다. 의족을 떼면 무릎 부위의 근육이 덜렁거렸다. 아이들은 키가 크고 근육이 붙고 눈빛에 힘과 기운이 서린다. 첫째는 대학 진학과 육군 입대 중 진로를 고민 중이고 둘째는 여전히 장난꾸러기다.


아빠는 새로운 여자 친구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하고, 둘은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형제가 늘어났고 그만큼 즐거움도 늘었다. 첫째는 대학에 가고 싶지만 성적도 아쉽고 아빠가 자신처럼 군인이 되기를 더 원한다. 둘째는 자전거를 타고 나간 어느 날,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수많은 동네 사람과 학교 친구들이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를 오랫동안 깊이 슬퍼한다. 천진한 표정과 밝고 귀여운 얼굴로 인터뷰하던 너무 사랑스러운 소년이었다. 아빠의 절망은 출구를 잃는다. 아내 곁에서 이른 죽음을 고려할 만큼 정신을 놓게 된다. 첫째는 군입대를 한다.


아빠는 첫째가 자랑스러웠다. 그가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것에 자신의 삶에 동의를 얻었다고 느꼈을까. 자신이 첫째에게 너무 적은 선택권을 줬다고 여기진 않았을까. 첫째가 진정 원한 길이었을까. 첫째는 말이 없다. 그는 정해진 훈련을 받고 영상통화를 통해 막내 동생 탄생 소식을 듣는다. 재혼 부부, 장성한 첫째 아들이 훈련소에 들어갈 나이, 출산은 희망이자 축복, 더 살아도 된다는 먼저 떠난 둘째의 선물과도 같았다. 비슷한 비극을 겪은 모든 이들이 이런 기쁨을 누리진 못한다. 막내의 중간 이름에 둘째의 이름을 넣는다. 첫째는 훈련소를 마치고 가족은 계속 살아간다.


다큐멘터리 특성상 제작진의 의견은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한 군인가족의 편집된 10년 기록을 통해 작은 미국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편집된 장면과 장면들이 뉴욕타임스가 해석한 미국의 적나라한 한 부분이자 의견일 것이다. 원색적인 비난이나 강렬한 설득을 위한 장치를 거둔다. 넌지시 보여준다. 전쟁 지역 파병이라는 평범한 가족을 해체시키는 정치적 결정, 제대한 군인들의 갈 곳 없는 모습들과 무력감, 그들의 자녀세대가 다시 국방을 위한 자원이 되는 모습들, 순환 또는 악순환, 비난은 없지만 고요한 질문처럼 보였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전쟁 자원으로 소비한 국민과 그의 가족들을 제대로 책임지고 있냐고. 방치하면서 -어쩔 수 없는 개인의 선택처럼 위장한 채- 계속 정치적 소품으로 악용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답은 모른다. '남자답고 명예로운 군인'이라는 이미지가 주입되고 각인되는 한, 가족은 계속 해체되고 파병은 유지되며 방치된 자녀들의 미래는 좁아질 것이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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