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구하라, 일단 나부터 구하고

사리 길먼, 제이컵 콘블루스 감독.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by 백승권
131555162.jpg former Secretary of Labor and Professor Robert Reich



정부가 개입해 규칙을 세우지 않는

자유 시장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기업들과 월스트리트, 부유한 개개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멋대로

법규를 바꿀 수 있단 것이죠.


석유업체 상위 다섯 곳은 매년

세금 우대 조치로 총 40억 달러를 받습니다.


부는 정치적 권력을 낳고

부를 더욱 축적하는 법규를 만들어 내죠.


주식시장이 붕괴했습니다.


경제를 걸고 도박을 했어요.


규칙 조작


2017년, 은퇴한 상원 의원 50%가

로비 활동 시작


일반적인 미국인이 공공 정책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으며 0에 가까울뿐더러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다크 머니

기부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정치 캠페인 기부금


제게 전화만 하면 모두에게 돈을 줬어요.

(도널드 트럼프 / 대선 후보 토론 방송 중)


사람들이 분노, 좌절감과 염려를 느끼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때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어요.


경제를 되찾을 방법은 민주주의를 되찾을 방법과

똑같다고 보면 돼요.


감당 가능한 치료를 원한다! (시위 문구)


"최저 시급 15달러로 합의"(신문 헤드라인)


권력자들은 우릴 갈라놓고

서로 화만 내며 살아가길 바라고 있어요.






살다 보면 길을 잃는다. 길을 걷다가도 말를 하다가도 영화와 책을 보다가도 헤맨다. 지금 여기가 맞는지 자문한다. 답이 없다. 있을 리 없다. 망각의 주체에게 망각의 사유를 물을 수 있겠나. 눈앞이 안 보이면 그동안의 경로를 더듬는다. 지면과 주변 공기를 감지한다. 지금. 시간. 하루. 어제. 1년 전, 더 전으로, 세계, 둘러싼 시공간, 시대 또는 세계, 이미 정해져 있던 것들, 그 자리에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것들, 길, 숲, 집, 산, 사이의 인간들, 생각들, 인간의 생각으로 만든 규칙들, 무리를 짓고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시도들, 생각의 정의, 사상들, 다수의 의식을 한데 모으려는 시도들, 이익 집단, 착취 대상, 갈라진 무리들, 의도, 선동, 분주한 움직임들, 언어의 정립, 대화의 탄생, 개인의 고민과 다수의 논의, 결정과 진행, 시행착오, 피해와 희생, 죽음과 변명, 슬픔과 고통, 침묵과 은폐, 다시 처음으로, 생존 수단들의 발명, 수단에 부여한 지위, 수단의 교환, 가치의 균형, 붕괴, 돈을 사람으로 바꾸고, 사람으로 돈을 바꾸고, 지위 체계의 수립, 평등하지 않은 인간들 사이에서 자신의 지위를 점점 상향 조정하는 돈, 돈을 가진 이들의 전략, 거래의 시스템화, 돈은 돌, 고기에서 동전, 종이로 변하더니, 종이와 디지털 기기의 숫자로 점점 무형화되면서 도구에서 추앙의 대상으로 격상되었다. 자유, 사랑, 희망 같은 한때 인간이 목숨을 걸고 쟁취하던 가치들을 모조리 교환 대상으로 절하시켰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자유,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랑, 돈으로 살 수 있는 희망, 어색함이 없다. 모두 쇼핑리스트에 담을 수 있는 재화가 되었다.


한쪽에서 돈으로 자유, 사랑, 희망을 고를 때 누군가는 돈이 없어 자유, 사랑, 희망을 거래 품목으로 내놔야 했다. 돈은 소수가 더 많이 가졌고 다수가 더 적게 가졌다. 다수의 자유, 다수의 사랑, 다수의 희망이 마구 팔려나갔다. 그 가치들은 모두 소수의 여유로운 삶을 위해 소모되었다. 돈을 다루는 일이 직업이 되었고, 권력이 되었다. 돈을 다루는 소수는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는 시스템을 더욱 견고히 구축했다. 소수는 더 벌고, 다수는 절대 더 벌 수 없는 규율이 구축되었다. 다수는 건강을 잃고 가족을 잃고 교육받을 권리와 안전할 권리, 보호받을 권리를 잃었다. 소수가 허용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다수에겐 소수를 흔들 기회도 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올라가도 위에서 사다리를 밀면 다시 낭떠러지였다. 이게 자본주의인가.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건가. '봉건제에 이어서 나타난 경제 체제. 생산 수단을 자본으로서 소유하는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하여, 자기의 노동력밖에는 팔 것이 없는 노동자로부터 노동력을 상품으로 사들여 상품 생산을 하는 경제 체제.' (출처: Oxford Languages) 이게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눠진 세상인가. 내가 선택한 적 없었던. 또는 이미 선택할 기회가 끝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의 근심 어린 시선을 그린다. 터무니없이 비싼 병원비에 모든 수입을 바쳐야 하는 환자, 자본가들이 결과를 조종할 수 있도록 바뀐 선거 캠페인 기부금 제도, 초거대기업을 위한 세금 우대 혜택, 거리로 나선 성난 군중들을 다루며 붕괴된 경제 상황을 근거리에서 관찰한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더 많은 시도를 했어야 했나 후회하는 저자의 한숨을 비추기도 한다. 모든 나라에 트럼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미국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없다. 최근에 촉발된 주제도 아니다. 불평등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피켓 시위와 미니 콘서트로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최저 시급 15달러로 합의"로 문제를 흔들 수 나 있을까. 어림도 없겠지.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넌지시 얹으며 글을 맺고 싶지만, 씁쓸함이 하도 반복되어서 더 이상 아무 맛도 향도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다. 고통받는 다수의 편에 서되 고통받는 개인은 되고 싶지 않다. 자본주의 구하기는 모르겠고 내가 넘어지지 않는 게 더 우선이다, 나와 나의 우리가 없으면 자본주의도 없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keyword
이전 13화E-Team, 인권감시단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