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가는 계단: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세계

케빈 맥도널드 감독. 천국으로 가는 계단: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세계

by 백승권



구름 너머까지 사다리를 올리고 싶어요.


과거와 미래의 대화를 이끌기 위한 거예요.


안 보이는 힘과 소통하려는 시도였죠.


상당 수의 폭발 사진을 보면 서예 느낌이 강하거든요.


상처 없이 도망친 사람은 없었죠.


문화혁명 때 거의 다 태워야 했어. 사흘 밤낮으로 책을 태웠지.


역사를 폭파하는 것과 같죠.


일본 현대 예술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만리장성 1만 미터 확장 프로젝트


이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할머니께 바치고 싶어요.


1995년, 차이 가족은 뉴욕으로 영구 이주했다.


전자는 권위에 도전하는 도발적인 작품이었단 거고

후자는 대중을 즐겁게 해주는 작품이란 거죠.


베이징에 살던 사람 1,500만 명을 쫓아내고


차이의 역할은 일부는 선전이죠.


현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해요.


왜 절 불렀는지 모르겠네요.


규칙만 따른다면 지원해줄 겁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정치적 요구사항이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죠. 이게 중국의 현실이에요.


항상 예술과 정치를 섞는 게 걱정이에요.





천국으로 가는 계단 프로젝트는 기상 악화, 911 테러, 산불 위험 등의 이유로 수 차례 취소되었다. 서류 제안 단계의 취소가 아닌 퍼포먼스에 필요한 제작물이 거의 완성된 상황에서의 취소였다. 예술은 추상적인 사고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늘 물리적인 벽과 마주해야 했다. 차이(Cai Guo-Qiang)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언제라도 검색을 통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가 계속 시도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는 그의 우여곡절을 다 욱여넣지 않는다. 힘을 뺀다. 예술가의 일대기를 담았다면 흔히 연상되는 -격정적인 투지와 절망적인 좌절, 비극과 죽음 등의- 극적인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듯 보인다. 식구들 끼니를 살 돈으로 몽땅 책을 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의 불꽃놀이 퍼포먼스는 예술이 진지한 작품에서 즐거운 놀이로 바뀌는 동시대의 팝아트 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았다. 세계 예술계는 단숨에 매료된다. 그는 스타가 되고 중국 정부는 올림픽, APEC 같은 국제 행사에 그를 활용한다. 정부가 클라이언트였다. 그것도 중국 정부.


베이징 올림픽은 국가적 니즈와 예술적 야망이 결합된 초유의 기회였다. 차이는 베이징 도시 전체를 캔버스처럼 다룬다. 잭슨 폴락의 염료가 터지듯 베이징 야경이 차이의 불꽃으로 물든다.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잖았다. 올림픽을 위해 중국 정부는 베이징 거주민 1500만 명을 몰아내었다. 차이라는 국제적 위상이 높은 아티스트는 중국의 현대적 감수성과 문화적 역량을 뽐내는 시의적절한 카드였다. 차이는 서구 중심의 시각에 불편함을 드러낸다. 다른 올림픽이 그렇듯,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퍼포먼스 역시 예술가와 국제 행사가 만난 기회였을 뿐이었다. 올림픽은 지나간다. APEC 준비 과정은 '크리에이티브'를 주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공감대가 높을 만한 포인트가 많았다.


APEC은 각국 대표 정치인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행사 준비 담당자들의 압박이 심했다. 차이가 애초 기획한 콘셉트는 통과되지 않았다. 계속 계속 차이는 행사 담당자와의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반대와 제한, 한계를 겪는다. 마치 광고 아이디어를 설득하는 자리처럼 수정 수정 수정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아무렇게 외치는 갑갑한 클라이언트들이 중국 정부에도 널려 있었다. 차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창작자의 의도가 사라진) 최종 결과물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저 데드라인과 컨펌에 맞췄을 뿐이다. 이제 천국으로 가는 계단 프로젝트가 남았다.


차이의 이름을 알린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천국으로 가는 계단의 준비 과정 역시 건축에 가까웠다. 대규모 인력과 규모가 필요했고 기후의 도움 역시 중요했다. 인지도가 다른 예술가였다면 다양한 이유로 허가조차 매우 어려웠을 스케일이었다. 공중으로 한없이 치솟는 불꽃 사다리, 지상과 천상을 잇는 경이로운 비주얼 쇼크, 차이는 이 모든 작품의 가치와 순간을 오로지 사랑하는 할머니께 헌정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세계 곳곳에서 실패했고 작은 고향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동네잔치처럼 하지만 엄청 힘들게 준비했다. 해 뜨면 소용없었다. 어둠이 깔려야만 존재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였다. 차이는 잠시 눈을 감고 카운트다운을 끝내며 사다리 끝에 불을 붙인다. 거동이 불편해 현장에 오지 못한 할머니에게 영상통화를 통해 천국으로 가는 계단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성공이었다. 차이는 활짝 웃고 수십여 명의 동네 사람들은 손뼉 치고 차이의 아내는 북받친 울음을 터뜨리고 오래 그치지 못한다. 차이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 퍼포먼스는 약속 같았다. 당신이 저곳으로 화려하게 떠나더라도 나와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 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우리는 다시 만날 거라고. 차이의 할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신다. 마치 사랑하는 손자의 일생을 바친 예술의 가장 마지막 스테이지를 장식하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예술가의 피를 물려준 여성의 위상에 걸맞은 결말처럼 보였다. 둘은 언젠가 사다리 위에서 만날 것이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keyword
이전 11화아메리칸 팩토리, 위기의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