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am, 인권감시단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케이티 세비니, 로스 카우프만 감독. E-Team

by 백승권
Dr. Anna Neistat / One lawyer's fight for human rights and social justice.




병원도 폭격된 것 같아.


오늘 애들이 많이 죽었어요. 몇 개월도 안 된 아기들이요.


복수하고 싶어요.


다시는 시리아에 안 간다고 매일 다짐해요.


뭔가 엄청난 힘과 맞서는 느낌이에요.


이것이 제가 그들을 대변할 기회였어요.


시리아 정부군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독가스가 든 로켓을 쐈습니다.


독재자들은 잔혹 행위를 저지를 때 세계가 못 본 척해주길 바랍니다.




인간을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기업에게 값을 지불하는 소비자로 바라보는 일을 오래 하고 있다. 지난 10년 넘게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다. 이런 관점이 살아가는데 불편한 건 아니다. 오히려 여러 갈래의 비즈니스와 일상과 맞닿아있고 얽혀있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도움은 되지만 그림자도 많다. 인간=소비자라는 관점은 사고의 확장, 판단력에 거대한 벽을 형성한다. 인간다움을 배제하고 인간이란 대상을 ATM기처럼 인식하게 된다.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모델이 "사랑해요"를 아무리 외쳐도 사전에 합의된 각본이어야 하고 목적은 장단기적 매출의 축적이어야 한다. 신규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및 콘셉트 도출, 카피라이팅이 주 업무지만 고객을 한없이 감성적 객체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최종 이익은 클라이언트, 의뢰한 브랜드(기업)가 가져가게끔 설계한다. 그게 행여 철저하게 고객 지향적으로 보이더라도 합의된 불문율을 망각하지 않는다. 고객은 물리적 재화와 경험, 감성적 가치를 획득하고 브랜드는 수치화할 수 있는 이익을 취하면 된다. 디지털이란 키워드가 모든 세계를 재편했고 다변화시키고 있다. 유무형에 대한 수많은 해석이 가능하지만 '돈'이라는 목적은 결국 소실점과도 같다. 시작이자 중심, 내가 사는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는 세상은 이러하다. 다양한 삶의 방식과 취향을 존중하지만 납득과는 조금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다수와 다른 길을 간다. 혼자가 아니다. 무리 지어 계속 나아간다. 멀리서 보며 궁금하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피와 살이 다른 성분도 아닐 텐데 저들은 어떻게 저 길로 뒤돌아보지 않고 가고 있을까. 계약된 군인이 아닌데도 폭탄이 떨어지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을까. 기자가 아닌데도 취재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장문의 글로 세상에 알리고 있을까. 그렇게 독재 정권에 가족을 몰살당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린 가스에 의해 대량 학살당하는 아이들의 참상을 알리며 추가 피해 방지를 촉구하며, 끝내 한 국가의 역사를 수많은 이들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데 기여하고 있을까.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뉴욕 타임스를 통해 푸틴에게 항의하고 수많은 뉴스의 헤드라인과 프라임 타임을 장식하고 있을까. 이건 그들의 부동산과 주식과 재산을 불리는 일과는 너무 멀어 보이는데. 되려 너무 수지타산이 안 맞아 보이는데. 갑자기 총격을 당할 수도, 폭격을 받아 건물이 무너질 수도, 심리적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인데. 그들은 왜 기꺼이 독재자의 폭격으로 집과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달려가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을까. 받아 적으며 진위를 수차례 확인할까. 그들이 이런 삶을 선택한 이유는 나와 다른 거대한 사명감을 지녀서일까. 한 번뿐인 삶, 국제 질서 안정화를 위해,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이들의 인권을 위해서?


금전적 이익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도 왜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는 타국의 도심으로 숨 가쁘게 달려갈까. 피해자들의 말을 다 들어주고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며 정리하고 보고하고 다시 파헤치고 전 세계에 보도할까. 감정을 누를 줄 아는 고발의 메신저가 될까. 아이와 떨어지면서까지 명분에 모든 것을 걸까. 세계 평화라는 명목 아래 전쟁터로 가기 위해 집을 자주 비우는 엄마 아빠를 보며 아이는 무슨 생각이 들까. 인권감시단은 독재자의 만행이 어떻게 인류애를 전멸시키려 하는지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형성하고 미국을 개입하게 하며 보이지 않는 위협을 통해 추가 악행을 저지한다. 미국 및 유럽의 여러 나라 출신인 인권감시단 조사관들은 의무와 한계를 동시에 느낀다. 고문과 살인, 화학무기로 인한 대량 독살 등 수많은 전쟁범죄의 참상을 직접 겪으며 개인으로서의 무력감과 마주한다. 그리고 계속 계속 글과 사진, 고발 보고서 작성을 통해 어둠을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더 어두워지게 하려는 시도를 차단한다. 그들과 처음 마주하는 이들도 궁금해하듯, (이런 일을 계속하다가) 언젠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관없다. 어디서든 계속 전화기는 울리고 만삭이 되면 둘째를 낳으러 갈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와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완전히 다른 삶과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그들은 인권감시단이고 그들에게 인간은 소비자가 아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keyword
이전 12화천국으로 가는 계단: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