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 입학 스캔들

메슈 모딘 감독.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 입학 스캔들

by 백승권


절 통해 옆문으로 들어가면 하버드는 120만 달러죠.

뒷문을 이용하면 4,500만 달러예요.

올해 옆문을 이용하는 사람이 730명이 넘죠.



세상에 공정한 경쟁은 많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이런 경우 무지는 축복이기도 하다. 한정된 시간으로 이뤄진 삶, 힘겹게 배우기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아는 건 아는 거지 그 이상을 주지 못할 때가 많다. 패배가 반복되면 경쟁에서 우위에 섰다고 인정되었을 때조차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어쩌면 내 앞의 모두가 이긴 다음에 이제야 내 차례가 된 건 아닐까. 승리가 아니라 이번 차례였던 건 아닐까. 경쟁 없는 삶은 없다. 공정한 삶도 없다. 편법은 늘 존재했고 정의는 가끔 등장했다. 사다리는 늘 누군가 발로 차기 일쑤였고 기울어진 운동장은 한순간도 그 기울기가 제대로 맞춰진 적 없었다. 시스템은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망가뜨려 왔다. 명문대 입학은 그중 하나다. 비리를 저지를 만한 돈이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시험과 경쟁을 안기지 않는다. 재력가들에게 하버드 대학생 자식보다 중요한 것은 하버드 대학 출신이라는 권력의 상징이다. 내 자식 저기 다녀. 네트워크 파티 때 저 한마디를 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릭 싱어에게 전화를 건다. 하버드 출신 마크 리델이 SAT 시험 답안지를 대신 써준다. 픽션이 아니다. 가담한 유명인들이 징역 선고를 받은 실제 범죄 사건이다.


릭 싱어는 이 과정을 총지휘한다. 끊임없이 통화하고 만나고 돈을 받으며 대입 비리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쉬지 않는다. 트레이닝을 멈추지 않는 마라토너처럼 그는 적게 자고 종일 일하며 부를 축적한다. 맨땅에 헤딩이 아닌 목마른 자들에게 돈을 받고 물을 훔치는 법을 알려준다. 대신 훔쳐다 준다. 명문대에 입학시켜준다. 관계자를 매수하고 서류를 조작해서 재력가 자녀들의 가짜 미래를 만들어준다. 의뢰자들은 이게 불법이냐고 굳이 묻지 않고 학교 측은 이 기부금의 대가가 뭐냐고 따지지 않는다. 한쪽은 자녀를 입학시키고 학교는 돈을 번다. 릭 싱어는 중간에서 수요와 공급의 파이프 라인을 구축한다. 20년 동안 이 비리를 저질렀다. 20년 동안 누군가는 가짜 명문대생이 되었고 누군가는 명문대 입학의 기회를 빼앗겼다. 5천만 달러를 낸 사람도 있다고 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적응한 사람들은 명문대 입시 비리를 통해 자격증을 발부받는다. 가짜 명문대생들이 사회로 나와 가짜 명문대 출신 사회인이 된다. SAT 시험조차 더 많은 비용을 치르는 사람에게 고득점이 나올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부자들에게 문은 많고 길은 넓다. 나머지 사람들은 기회를 빼앗긴 것조차 알 수 없다. 대입 비리를 저지른 자들의 자녀들은 진짜 성적을 거둔 자들에게서 뺏은 가짜의 삶을 산다. 경쟁을 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능력보다 더 큰 경쟁력은 없다.


사건은 몇몇 유명인들에게 징역 수개월 씩 내렸다. 그들이 수갑 찬 모습은 자식의 출세를 위해 감옥행까지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부모의 모습처럼 이미지 메이킹되며 많은 부유층들의 심금을 울렸을지도 모른다. 비리 과정 가담자의 추가 범죄와 형량 거래가 없었다면 적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즉 또 다른 입시비리 컨설턴트는 어디든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명문대 입시 비리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자식들은 부모가 뭔가 켕기는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미래가 걸렸기에) 쉽게 추궁하지 못한다. 릭과의 통화에서 부모들은 그저 걸리지 않기만을 바라며 책임 전가를 모호하게 말한다. 릭은 여기에 얽힌 간절함을 200% 활용한다. 명문대만 진학하면 아이의 미래와 자신의 사회적 권위를 단숨에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절박한 바람과 믿음을 노린다. 이런 과정을 거친 자들(자녀들)이 시스템의 키를 쥐게 되면 공정한 경쟁 구도를 제대로 만들리 없다.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 입학 스캔들'은 불법을 통해 명문대라는 상위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애틋한 부모들과 성실한 범죄자가 만나 돈에 약한 인간들로 구성된 교육 시스템을 비웃는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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