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 -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 외로운 천재에 대하여

이레크 도브로볼스키 감독. 고뇌 -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

by 백승권






예술가(Artist)란 직업군의 지위는 독특하다. 지상에서 발을 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계인(Alien)이라는 개념과 더 가깝다. 다양한 세부 분야가 있지만 내게 예술은 회화와 조각 영역에 더 맞닿아 있다. 음악, 문학과 질감이 남다르다. 예술이란 개념에 대한 첫인상이 다른 감각보다 시각적으로 인지되어 그럴 것이다. 오랫동안 형성된 학습된 사고방식들의 범접이 차단된 거리감과 신비감. 특히 조각은 더 난해하다. 개인적 감상과 이해, 해석으로 작품을 말해야 할 때 조각 앞에서 나는 한없이 침묵하게 된다. 맥락에 대한 무지가 드러날 까 봐. 회화 역시 마찬가지지만 조각은 더욱 도드라지는 질감과 음영, 질량과 면적으로 감상자를 다른 차원으로 압도하고 안내한다. 폴란드 조각가 스타니슬라프 슈칼스키 다큐멘터리 '고뇌 -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를 보고 이점은 더욱 확고해졌다.

천재성이란 타자의 증언으로부터 도출된다. 목격과 직간접 경험, 감격이 동시간에 일어났을 때, 이것이 소수의 구전과 다수의 열광으로 이어졌을 때 천재성은 비로소 대중과 시대의 뉴스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슈칼스키의 천재성은 소수의 열광보다 본인의 열렬한 확신으로 매우 강력하게 주장된다. 천재성이 비범함에서 비롯된다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그의 사례는 매우 독특하다.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 천장을 뚫고 나오는 방식이 아닌 시스템을 거부하고 독보적 규율(자신만의 언어)을 창조한 후 이를 믿고 자신만 따르면서 작품을 만들고 주목을 받는다. 자신을 예술계를 넘어 국가와 시대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인물로 자각하고 기존의 모든 사례를 거부하고 배반하며 오로지 내면에서 완료된 사고 안에서 구축한 스케치로만 작품을 물성화시킨다. 그에게 예술과 조각은 자신의 우주를 현세에 소개하는 방식이었고 전부였다. 폴란드인이라는 국가적 정체성은 그의 자아를 구축하는 커다란 일부였고, 자신의 결과물이 어떻게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기여할지 끊임없이 고뇌했다. 모든 결과가 좋지는 않았고 나치 초기의 상징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추후의 후손들에게 극우의 아이콘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어쩌면 어느 집단에도 소속될 수 없었던 그에게 국가만큼 권위 있고 주목받기 쉬운 조직도 없었을 것이다. 이성에게 주목받기 위해 시작한 예술이라면, 국가적 프로젝트를 선보였을 때 세계의 이성이 자신을 바라볼 거라는 망상에 빠졌을 거라는 추측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의 인물이었다.

슈칼스키가 가장 환희에 찬 순간은 자신의 사상과 자신이 이룬 작품에 대해 말할 때였다. 한치의 의심도 없었고 물러서지 않았기에 그의 주장 일부는 한없이 편협하게 들렸다. 자신을 코페르니쿠스보다 위대하다고 말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스터 섬에 대해 세상의 모든 기원이라고 이야기할 때 그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듣는 이들은 모두 갸우뚱했다. 검증할 수 없어서가 아닌 검증할 필요가 없는 허무맹랑함이 그의 말 주변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인간이 아닌 업적에 대한 찬사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옮겼고 평론가들을 매료시켰다. 전쟁이 폴란드를 무너뜨리면서 그의 수많은 작품들도 함께 무너지고 사라졌다. 슈칼스키는 아내와 오랜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폴란드 예술가를 몰랐고 아내도 슈칼스키도 쓸쓸히 생을 마쳤다.

천재적 재능으로 인한 슈칼스키의 고독과 그로 인해 더 정교화 됐을지 모를 상상력의 세부에 대해 초점을 맞추려 했지만 그만두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긴 시절도 있었지만 그는 적어도 자신이 구축한 세계 안에서 절대적 메시아이자 창조주였다. 오직 자신만이 유일한 기준이 되는 세계 안에서 완전함을 느끼며 스스로를 찬양했고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신화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타인의 이해와 납득으로 형성되지 않았기에 눈치 보거나 매달릴 필요도 없었다. 한없이 자유로웠고 한없이 고독했으며 그러면서도 한없이 주목 받고 싶어 했다. 그를 발견하고 인터뷰한 글렌 브레이와 조지 디카프리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버지, 언더 그라운드 만화가)가 있었기에 그의 삶과 예술은 잊혀지지 않았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keyword
이전 08화홀로 걷다, 유대인은 어떻게 여성을 지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