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말할 때 이제는 도로시를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2015년생 도로시는 7살을 막 지났고 1982년생 낭랑은 **살을 맞이했어요. 여보와 나는 2000년 12월에 처음 만나 2021년 오늘까지 함께 지내고 있어요. 지나온 숫자와 시간을 열거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여겨지는 일들이 많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도로시의 하루, 내일, 미래, 건강과 교육, 정서와 감정, 눈 감는 시간 동안에도 눈을 뜨고 있어야 하는 밤과 새벽, 1초와 1/10초도 시선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간, 집이라는 공간, 외출하는 동안 더 눈여겨봐야 하는 것들, 도로시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논쟁과 사과, 반복과 대가, 허기와 포만감, 매시각 체크해야 하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챙겨야 하는 극한의 성실과 번거로움들, 먹이고 씻기고 만들고 가르치고 놀고 익히고 대답하고 옮기고 함께 외치고 웃고 이야기하고 안아주고 입 맞추고 땀을 닦아주고 의자를 빼고 넣어주고 이를 닦아주고 치실을 해주고 화장실 뒤처리를 도와주고 옷을 입혀주고 입은 것들을 모아 세탁기를 돌리고 젖은 빨래를 옮겨 건조기를 돌리고 공기 청정기를 돌리고 실내 온도를 체크하고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리고 머리카락을 줍고 흘린 물을 닦고 창틀 먼지를 닦고 화장실 타일을 닦고 필요한 세제를 사고 간식을 사고 디저트와 음료를 사고 휴지와 종량제 봉투를 사고 영어와 중국어 교재를 공구하고 시시 때때 물을 먹이고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재료를 사고 만들고 담고 차리고 치우고 버리고 설겆이하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마르면 정리하고 반복하고 오래 탄 킥보드를 점검하고 자전거 연습을 위해 새로운 보호대를 사고 도로시의 대화 패턴을 체크하고 새로운 표현만큼 지켜야 하는 에티켓을 강조하고 반복해서 알려주고 넷플릭스 키즈 시청 시간을 체크하고 함께 놀 보드게임을 알아보고 전날 준비한 미술놀이를 함께하고 키와 체중을 재고 치아를 체크하고 멍에 연고를 발라주고 물 묻은 옷을 갈아입히고 커지는 몸에 맞는 새로운 옷과 신발을 찾아보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미리 습득해야 할 것들을 챙기고, 그래도 걱정이 앞서고.
여보는 도로시의 기원이자 지도자입니다. 내가 출퇴근과 회사에 매여 있는 동안 도로시의 삶과 정신, 시간과 모든 것들을 관리하고 다듬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집중하고 있어요. 위대한 설계자이자 강력한 실행자, 세부부터 큰 플랜까지 거의 모든 결정의 축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죠. 난 작은 거 하나에도 허덕이며 겨우 따라가려고 하지만 너무 부족하고 미개합니다. 이번 삶은 여보에게 기생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 서글프기도 합니다. 난 내가 좀 더 강한 남성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사랑한다 말하고 키스와 포옹을 퍼붓는다고 해도 전부의 작은 일부가 되기 힘들 때도 많다는 걸 알면서도. 난 여전히 성숙한 보호자와 동반자보다 자신만 알고 판단하며 표현하는 개인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는 자각을 자주 합니다. 아빠로서라도 몰입하고 제 몫을 하고 싶지만 늘 지쳐있고 눈이 감기거나 투덜거릴 때가 많아요. 받기만 하려고 도망 다니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비겁한 적도 많은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다는 건 핑계입니다. 우리 집에 부족한 파트가 있다면 내가 가장 부족하고 모자라서 그런 걸 거예요. 하지만 오랜만에 편지니까 여보의 대단함과 위대함에 대해 더 많이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여보는 그런 사람이니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랑이가 존재하고 살아가게 하는 내게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 열아홉에 처음 만난 나와 지금까지도 함께 있어 주는 우주 최고의 여성이니까.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사랑한다는 말로도 약한 부분이 많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계획하는 미래가 덜 흐릴 수 있도록.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함께 이야기하든 여보가 기대하고 계획하고 있는 비전에 더 가까울 수 있도록 함께할게요. 이제 시간의 흐름보다 여보의 우주에 영원히 기거하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크고 작은 고민과 사건, 시련이 오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해결과 결과에 다다르도록 외면하지 않을 게요. 나만 주어진 것들에 충실해도 우리는 더 더 더 생의 즐거움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여보와 도로시와 함께 지낼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둘이 내 전부고 나보다 더 소중한 천국의 수호자입니다. 당신이라는 신과 만나고 살게 되어서 어떤 고마움으로도 표현할 수 없겠죠. 여보에게 주어진 고난을 덜고 내게 주어진 의무를 다해 함께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금 또 내일 또 먼 훗날까지. 사랑해요. -2021.10.12 우리 둘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있는 10월에 남편 승권 씀
P.S ] 늘 최고의 스타일링으로 챙겨주는 옷과 신발, 안경도 너무 고마워요. 낭랑은 정말 내게 신이에요. 늘 섬기고 존중하며 사랑하겠습니다. P.S 2 ] 종종 이야기하지만… 난 여보가 자신보다 가족에게 더 헌신적인 게 걱정이 됩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도 연습할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너무 당신을 소모시키는 거 아닌가…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내년 생일까지 자신을 스스로 더 챙기고 아껴주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옷과 신발, 좋아하는 어떤 것이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걸 자주 발견하고 가까이 두고 또… 너무 지치지 않도록 자주 멈추는 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나도 챙기겠지만, 내가 챙기지 못할 때 스스로 챙겨주세요. 늘 사랑해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