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하워스 부스 글 그림 / 장미란 옮김
모든 인간은 아이 시기를 거친다. 거치며 두려움에 적응하고 원칙에 순응하는 법을 배운다. 먼저 태어난 인간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정리한 복잡한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길들여지는 게 옳다고 주입당한다. 불안을 다스리고 내외부의 입장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는 법도 습득한다. 물론 어른이 된다고 모든 불안을 다스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 때의 어떤 불안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영혼을 잠식한다. 어른의 방식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임금에겐 법의 제정이었다. 태초의 불안 요소를 원격 차단하는 것. 어둠을 두려워하던 왕자는 임금이 된 후 어둠을 금지한다. 신하들은 절대권력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분위기를 조성한다. 어둠에 대한 네거티브 여론을 조성한다. 어둠은 해롭고 삶을 약탈한다고. 판을 깔고 임금은 어둠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인공태양이 설치된다. 24시간 낮 시스템이 가동된다. 실내등이라도 하나 끄면 바로 처벌이었다. 백성들이 모여 항의하고 궁은 불꽃놀이 축제를 준비한다. 이 또한 입장을 바꾸지 않으려는 홍보 전략이었다. 대낮에 터지는 불꽃은 보이지 않는다. 그때 일부 백성들에 의해 조직된 비밀 결사대가 도시의 모든 불을 끄고 임금은 몸을 떤다. 다시 터지는 불꽃. 임금은 뭔가를 보고 바로 어둠 금지령을 해제한다. 여전히 어둠은 무서웠지만 임금은 조금 참기로 한다. 이 책이 놀라운 점은 (주로 아이들로 여겨지는 동화책) 독자들에게 무리한 국가 정책이 어떻게 강행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조성하고 논란의 여지가 강한 정책을 선언하고 추진한다. "통치자의 트라우마 때문에 이 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양해해달라." 같은 말은 꺼내지 않는다. 우주의 질서가 훼손되고 인공의 손길이 자연법칙을 뒤덮어도 강행한다. 임금이 그러라고 했기 때문에. 임금이 자신을 국가 자체가 아닌 한 명의 백성과 같은 인간이라고 여겼다면 선택과 과정과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리 없었고 임금의 어둠 공포증은 만인의 달빛을 앗아간다. 24시간 낮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집단의 분노가 모여 임금의 고막을 불편하게 하는 거대한 목소리가 된다. 폭군이었다면 모조리 효수하여 광장에 걸었을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뜬 눈인데) 한낮의 불꽃축제는 공무원스러운 발상이었고 군중의 치솟은 분노를 잠재우기엔 많이 아쉬웠다. 그러다 어둠 속에서 만발하는 불꽃을 보게 되었을 때, 임금은 자기 하나 때문에 다수가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지 떠올렸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의견을 무시해 왔는지 자문했을 것이다. 백성들은 어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쿠데타도 수뇌부의 죽음도 없었다. 자연법칙까지 제어하려는 절대권력과 이에 맞서는 백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예상보다 고요하게 매듭지어진다. 늦었다면 임금은 영원한 밤과 마주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