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드라이브 마이 카
당신이 원하지 않는 걸
나만 원할 수 없어
이 방의 침묵은 물속과
아주 많이 닮아 있어
내 말이 전해지지 않는 건
저한텐 평범한 일이에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가후쿠는 자신이 아내 오토를 사랑한다고 믿는다. 오토(키리시마 레이카)의 잦은 외도를 알고 있었고 눈앞에서 목격도 했다. 둘의 딸은 오래전 사망했다. 오토는 작가였고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배우이자 연출자였다. 가후쿠는 오토의 목소리를 녹음해 차 안에서 주고받는 대사를 연습한다. 어느 날 오토가 죽는다. 수년 후 가후쿠는 체호프의 연극을 연출한다. 배우 오디션을 심사한다. 거기서 아내의 외도남(오카다 마사키)과 마주한다. 그는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인물이었다. 그는 연극 연습 기간 중 폭행치사 혐의로 감옥에 간다.
연극 연출을 맡기 위해 멀리 이동하는 가후쿠의 차를 미사키(미우라 토코)가 대리 운전한다. 운전은 미사키의 직업이었다. 둘은 긴 이동 시간 동안 대사를 낭독하는 오토의 목소리를 함께 듣게 된다. 가후쿠는 오토가 그리웠다. 가후쿠의 모든 일상에서 오토는 지워질 수 없었다. 미사키는 엄마의 학대와 그녀의 죽음을 방치한 자신에 대해 나직이 털어놓는다. 가후쿠는 오토의 죽음에 자책하고 있었고 엄마의 죽음에 대한 미사키의 자책도 감지한다. 둘 다 죽은 자들의 치부를 알면서도 죽은 자들에 대한 자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삶에 아주 깊고 오래 머무르고 있었다.
가후쿠는 주연 배우가 체포된 후 자신이 그 배역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오토의 죽음과 목소리, 체호프의 대사는 가후쿠를 억누르고 옥죄고 끊임없이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 어떤 일본인보다 그 역할의 적임자였지만 형벌에 가까운 중압감을 짊어지기 두려웠다. 하지만 그 배역이 없으면 연극도 없었다. 다수의 시간과 계획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이었다. 가후쿠는 무대에 선다. 다양한 언어와 연기, 대사 속에서 형벌과 속죄를 감내한다. 미사키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가후쿠와 오토의 딸이 살아있었다면 미사키와 나이가 같았다.
연극은 영화와 다르다. 영화배우가 카메라와 마주해야 할 때 연극 배우는 객석의 모든 시선과 호흡과 마주해야 한다. 연극은 무대 위에서 산 자들의 모든 생과 직접 격돌한다. 오토는 가후쿠의 완전한 세계였고 오토의 죽음은 그 세계의 붕괴였다. 무너진 세계 속에서 무대 위에 오르며 가후쿠는 과거와 자신의 죄와 모두와 싸워야 했다. 수어로 진행된 극의 엔딩은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삶을 말하지만, 가후쿠는 그 대사를 수억 번 듣고 되뇌며 알고 있었고 의미 또한 잊었을 리 없다. 가후쿠는 과거 못다 한 말들에 대한 대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토는 여전히 어쩌면 영원한 가해자였다. 이 관계에서 가후쿠는 벗어나고 싶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미사키의 속죄를 도울 수 있었지만 자신의 죄는 어쩌지 못했다. 죄책감이 가후쿠의 일상을 지배하는 기본 정서가 되어 있었다. 가후쿠는 그 안에서 안도해야 했다. 빨간색 사브 900은 움직이는 감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