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하네케 감독. 히든
누군가 조르쥬와 안느와 피에르의 집을 보고 있다. 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집 주변을 장시간 촬영한 영상과 붉은 피를 토하는 사람의 그림을 같이 보내는 것은 범죄다. 조르쥬(다니엘 오떼유)는 과거를 떠올리며 두려워한다. 범인으로 유추되는 자를 찾아가 그만두라고 협박한다. 조르쥬는 이 영상과 그림이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한 복수라고 판단한다. 어릴 적, 집에 입양된 소년을 음해하여 (조르쥬는 그 소년을 무서워했다) 내쫓은 것에 대한. 조르쥬의 아내 안느(줄리엣 비노쉬)는 두려움과 답답함으로 미칠 지경이다.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 모든 대화가 과녁을 빗나간다. 조르쥬는 아내와 아이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 평범함을 가장했지만 그는 모든 동선을 파악당한 듯한 영상과 피가 그려진 엽서에 정신이 없다. 아들 피에르(레스처 마케돈스키)가 귀가하지 않자 불안은 극으로 치닫는다. 안느와의 소통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 조르쥬는 과거 자신이 내쫓은 남자를 찾아가 다시 항의한다. 그는 침착하게 부정한다. 그리고 둘이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났을 때 남자는 기다렸다며 준비한 칼로 목을 긋는다. 붉은 피가 벽에 거칠고 크고 진하게 뿌려진다. 조르쥬는 망연자실한 채 돌아온다. 남자의 아들이 조르쥬를 찾아온다. 당신이 오래전 우리 아버지가 교육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앗아갔다고. 조르쥬는 항변한다. 니 아버지가 자살한 건 내 잘못이 어니라고. 조르쥬는 남자가 죽은 후 혼잣말처럼 자기는 죄가 없다고 죽은 자를 원망했었다. 죽은 자는 사과를 바라지 않았고 이제는 받을 수도 없으며 조르쥬는 어떤 상황이든 사과할 맘이 없었다. 하지만 조르쥬의 현재와 과거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죽은 남자의 평생에 영향을 미쳤던 건 사실이었다. 조르쥬 아버지가 거둔 아이를 조르쥬가 내쫓았고, 조르쥬는 이 행위에 대해 그저 어린아이가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일, 모두가 아무렇게나 저지를 수 있는 흔한 일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가해자의 역사 인식은 늘 이런 식이다. 피해자의 후손들만이 아버지의 피와 고통과 눈물을 잊지 못하고 새로운 외형으로 등장하며 바로잡기를 시도한다. 서구사회에게 가해지는 동시대의 크고 작은 테러들은 망각을 앞세우며 후손들에게 책임과 수습을 전가하고 있다. 어떤 후손들은 영문도 모를 윗 세대의 죄로 인해 처참하게 훼손될지도 모른다. 현세의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은 그 짐을 짊어진 채 대가를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