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빈 원고지가 아니다. 반사적으로 울컥하며 올라오는 것들을 글의 형태로 옮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스스로 제어하고 반복한다. 이때다 싶어 소재로 끌어당겨 아무 말 아무 생각 아무 의미를 엉겨 붙여 가며 허공을 메우는 짓은 그저 짓에 불과하다. 다만. 서서히. 고개를 든다. 숨을 고르고. 힘을 빼고 응시해야 할 것들을 응시하려 시도한다. 세월호 사태를 겪으며 여전히 머리 위의 물에 닿을 때마다 호흡곤란과 불안을 마주하고 있지만 이번엔 그때와 같은 식으로 반응할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의견을 제시한다. 부릅떠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제안한다. 휩쓸리고 휩쓸리고 휩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희생 이후에 수습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본질을 흐리고 유족들을 기만하고 눈과 귀를 가리려는 모든 악의와 악행들 사이에서 부릅뜨고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제안한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밝힐 수 없겠지만 책임져야 하는 자들이 책임지고 있는지 부릅뜨고 지켜보며 따지고 알려야 한다고. 자극과 공포(의 이미지와 선동)에 휩싸여 스스로 무너지거나 세월호 사태에 이어 더 크고 깊은 (개인적) 후유증을 겪어서는 안 되겠지만. 더 냉정하게 부릅뜨고 수습과 책임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길을 잃지 않고 해야 할 것들을 찾으며 해야겠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한 사람의 의지는 한 사람의 팔다리가 닿는 목소리가 닿는 범위에서 그치겠지만. 그거라도. 최대한 오랫동안 시도하겠다고. 비극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꾀하는 개인적 수작이 아니라. 이렇게라도 위로의 의무와 회복의 지원을 하고 싶다고. 아직 남은 자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한다. 잊지 않고 지켜보고 쉬운 멈춤 없이. 더 나은 최선을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