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독감 진단 키트와 타미플루 수액

by Glenn

2023년 4월 21일은 여러 가지로 최초의 날이었다. 첫 번째 최초는 태어나 40여 년을 살았고 나와는 24년째 사랑 중인 아내 낭랑(가명)이 생애 첫 번째 독감에 걸린 날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최초는 나와 낭랑 사이에서 태어난 도로시가 생애 첫 번째 독감에 걸린 날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 최초는 두 사람이 나와 함께 있는 병실에서 둘이 동시에 타미플루 수액을 맞았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두 사람의 코에 코로나 진단 키트 막대와 독감 진단 키트 막대 2개가 동시에 들어갔다 나온 점 등 최초의 에피소드가 차고 넘친다. 극점을 지나 일상의 통증과 긴장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으니 이렇게 쓰는 거지 어제만 해도 뜬눈으로 지새운 밤을 지나 쓰러질듯한 피로감 속에서 유리가루가 붙은 공중 외줄을 타는 기분으로 도로시의 열과 기침, 울음을 돌봐야 했다.


도로시가 언어로 자기감정과 상태를 (당연히) 제대로 표현할 수 없던 시절부터 도로시는 어린 인간이 겪어야 할 병과 통증에 직면했고 도로시의 사전동의 없이 도로시를 이 세상에 데려온 우리는 그것을 감기라고 부르던 장염이라고 부르던 길길이 날뛰고 절망하고 무력해하고 울고불고 두려워하고 기절하고 119를 부르고 초점 잃은 눈으로 전속력으로 응급실을 향해 악셀을 밟으며 형체 없는 신을 찾고 어떤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꿔줄 어떤 대상과 믿음을 갈구하며 미친 듯이 뭐라도 해야 했다. 우리 때문에 이곳에 있게 된 생명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그때마다 피와 살이 마르고 뼈가 삭아드는 고통에 덜덜 떨며 도로시와 함께 영원히 살기로 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도로시는 우리 두 사람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큰 초월적 가치의 소유자였고 우리는 그의 아름다움과 귀여움을 넘어 존재 자체로 한없이 숭배하고 밤과 낮을 헌납하고 기존의 모든 에너지와 새로운 모든 가능성을 모조리 교체해야 했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도로시였고 도로시의 존재 이유는 도로시였다. 도로시는 존재하는 이유만으로 나, 나랑, 도로시 자신을 구원했다. 이런 도로시가 아프다는 것은 주변을 둘러싼 공기가 모조리 사라지고 모든 집의 창문이 굳게 닫히는 정도가 아니다.


*여기까지 쓰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