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다이어리: 옮겨지는 시신들

by 백승권





세계는 절대 하나의 생각으로 묶이지 않는다.

불타는 도시에서 울부짖으며 달리는 아이

눈알이 찢긴 푸틴의 포스터

아이를 업고 물을 건너는 여성

전장에서 부상을 입고 제대한

여군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

이 모든 정보와 이미지는 가만히 누워

휴대폰만 켜도 알 수 있다

새로운 세대의 검색엔진이 된 틱톡

성난 표정으로 리볼버를 겨누고 있는 아이

가뭄, 부족한 물, 훼손된 숲, 흐릿한 미래

드론이 무기가 된 전쟁

발렌시아가 박스 테이프 화보

샤넬을 입고 거대한 생선을 든 모델들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는 남자

결론적으로 실패가 거론되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

쉼 없이 쉼 없이 쉼 없이 묻고 묻히는 전쟁의 사상자들

수일에 걸쳐 지면을 가득 채우는 고르바쵸프

HBO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출산 장면의

지나치게 폭력적인 묘사

혼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일러스트

루이비통 하이 주얼리의 모델인 케이트 블란쳇

모성애는 남성이 창조한 신화라는 합리적인 주장

수천 개의 무덤 위에 꽂히는

같은 디자인 다른 이름의 십자가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모두 휴대폰을 보고 있는

너무 당연한 모습들

두 아이를 양팔에 끌어안고 다급하게 움직이는 남성

하얀 천에 감싸인 채 옮겨지는 시신들

세계는 앞으로도

하나의 생각으로 묶이지 못할 것이다.

이런 당연한 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권력자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자들과

그 반대편에 선 모두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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