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3일
새벽에 추웠다. 방 온도를 높였다. 한참 뒤척였다. 추위도 문제였지만 열이 몸을 뒤덮고 있었다. 체온은 어제보다 1도 높았다. 얼마 전 백신 접종 때 겪어 봐서 안다. 체온 1,2도 차이가 얼마나 정신과 육체를 혼미하게 만드는지. 날이 밝고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 짜내어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이것이 최선이었다. 지금 내게 할 수 있는 최선. 음식과 약을 먹으니 금세 차도가 보였다. 창문을 자주 열고 바깥 찬 공기와 내부 공기를 뒤섞었다. 열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다시 체온을 재보니 정상 수준으로 돌아와 있었다. 힘이 없었다. 하지만 해야 할 것들을 해야 아플 시간에 허비하지 않을 듯했다. 재택 시작 메일을 보내고 채팅을 통해 돌아가는 업무 상황을 체크했다. 소화기능은 나아졌지만 목 상태가 거칠었다. 지인이 말했던 면도날이 목이 걸린 느낌을 자주 떠올렸다. 진짜 그런 지경까지 올까 봐. 열이 가라앉고 점심을 먹고 다시 누웠다. 잠들듯 안 들듯 시간이 흘렀다. 아주 조금. 체리에 대한 리뷰를 쓰고 싶었다. 새로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익숙한 것들을 가지런히 편집한 영화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기존 영화들과 다른 점과 왜 이런 영화들이 계속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서. 리뷰 본문에는 안 썼지만 루소 형제 감독이 변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듯 로맨스 장면을 연출하다가 훈련소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신나서 널을 뛰고 있었다. 주인공에게 시련과 공포를 주는 쾌감에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약 중독 묘사는 가학적으로 느껴졌다. 마이클 베이와 다를 게 없었다. 자극 전달과 스펙터클 자체에 집중하는 것. 감독의 스타일이니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의도가 있었을 텐데 그걸 모르겠다. 백인 저소득자 밀집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며 마약과 범죄에 노출되고 전쟁 트라우마를 겪은 후 자기 파괴 과정을 거친 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걸까. 이런 관점이라면 적어도 난 인종과 국적부터 다르니 예외다. 문 밖에서 도로시 목소리가 들릴 때 귀를 기울인다. 잠깐 나올 때 멀리서 마주치면 손을 흔들고 작은 춤을 춘다. 우리는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며 그리움을 표현한다. 그리고 돌아와 휴대폰에 저장된 수만 장의 도로시 사진을 본다. 3살 4살 5살 6살 7살 그리고 지금의 도로시까지. 어떻게 이렇게 웃을 수 있지. 이렇게 어여쁘고 사랑스러울 수 있지. 해가 지고 창밖이 어두워지고 목이 다시 아프기 시작한다. 다행히 아내와 도로시는 음성이었다. 새벽이 무사히 지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괜찮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