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7일
늦게 일어났다. 컨디션은 괜찮았다. 예상보다 새벽이 덜 추웠다. 점심엔 기침이 좀 심하게 나왔다. 기침이 잦아지면 목이 붓고 목이 부으면 체온이 오른다. 도로시가 문밖에서 듣고 아빠 기침 많이 한다고 했다. 물을 아무리 마셔도 몇 분 동안은 힘들었다. 불쾌하고 멈추지 않는 이물감, 세차고 거친 압박이 목구멍을 훑고 지나가고 잠잠해졌다. 점심을 먹은 직후였고 잠이 왔다. 모든 것이 풀어지는 기분. 스스로 혼자 속으로 졸음이 뒤덮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지 않냐고 자문했다.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 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고 그 위에 베개를 올리고 팔이 느슨해졌다. 고개가 떨구어지기도 했다. 그대로 수십 분을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기울어지지 않으려고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기침은 멎었다. 환기를 다시 시켰다. 소독 티슈 여러 장으로 여기저기 문질렀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 한나 아렌트의 <정신의 삶>을 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인간의 조건>을 읽은 적 있다. 서문을 여는 번역가의 글이 인간적이었다. 한나 아렌트의 저서를 번역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한 분야에 대한 이런 충성심을 경외한다.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투여하는 것은 쉽게 해낼 수도 기회가 주어지기도 힘든 것이라고 여긴다.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든 어떤 관점에서는 고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서 마고 로비의 드림랜드를 마저 봤다. 역시 영화는 쉽지 않다는 것을, 성공적인 커리어를 지닌 배우도 이런 작품을 제작하고 주연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해 줬다. 어떤 부류의 관객에게 공감대를 어필하려는 지는 보였지만 영화 마지막까지 남자 주인공의 존재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내일은 6시에 눈을 떠야 한다. 집 안에서의 격리는 수요일까지 계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