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다이어리: 일주일

2022년 11월 21일-27일

by Glenn

코로나 다이어리 1일: 격리

2022년 11월 21일

책상 앞에서 의자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오늘 오후 4시 10분 즈음에서 회사 인근 이비인후과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처음이었다. 당황과 두려움에 적응하느라 5시간 넘도록 뭔가를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했다. 처음 겪는 사건은 늘 이런 식이다. 조금의 의심도 없어서 양성 판정 주의 사항이 담긴 종이와 비닐장갑을 받은 후에도 오랫동안 멍한 상태 속에서 헤매어야 했다. 토요일에 독감 주사를 맞았다. 일요일 오후부터 으슬거렸다. 자는 내내 맨다리에 바람이 파고들며 괴롭혔다. 월요일은 새로운 사옥 이전 장소로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몸은 좀 무거웠고 이겨내려고 점심을 마구 집어넣고 소화가 매우 느렸다. 아무리 걷고 말해도 몸 안에 있는 것들은 둥글고 무겁게 팽창되어 부피가 줄어들고 있지 않았다. 감기라면 귀찮은 일.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어젯밤부터 좀 춥고 기침 조금 어쩌고 그러니 의사가 코로나 검사를 권했다. 긴 막대가 목구멍까지 관통하는 줄 알았다. 켁켁거렸고 잠시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5일 치 약을 처방받았고 약사에게 물으니 요즘 경증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커피는 괜찮고 술은 안되고 너무 아프면 처방된 약 이외에 진통제를 더 먹어도 된다고 했다. 독감 주사 맞은 이야기를 하니 그게 원인일 수도 있다고 했다. 독감 주사 맞고 걸리고 백신 주사 맞고 걸리기도 한다고. 아내에게 바로 알린 후 회사에 전하고 바로 귀가했다. 집에 오는 내내 몸이 무겁고 소화가 느리고 답답했다. 집에 도착하니 날 위한 비닐장갑이 문에 붙어 있었고 여러 기본 생필품이 구비된 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멀리서 인사했다. 도로시는 서운해했다. 내 사랑. 매번 안기고 안아주고 오랫동안 우린 떨어질 줄 몰랐는데. 격리되어야 했다. 늘 들어온 방이었지만 확진자로는 처음 들어오는 방, 낯설고 생경했다. 모든 물건과 가구의 배치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지나는 모든 흔적을 소독 스프레이로 지웠다. 약을 먹기 위해 죽을 입에 넣었더니 답답했다. 천천히 조금씩 먹고 약을 먹었다. 의자와 책상이 너무 어색했다. 체온은 그대로였지만 미열감이 오락가락했다. 갑자기 지인이 전화하더니 코로나 소식을 전하자 자신은 둘째 날에 목에 면도칼 삼키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위로가 되는 좋은 조언 고맙다고 했다. 침구를 깔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거나 서성거렸다. 늘 애용하는 배나치오를 마시니 한결 나아졌다. 책상을 제대로 두고 의자를 돌려 제대로 앉았다. 재택을 위해 구비한 책상. 그 위에 맥북을 얹은 후 열고 이 글을 쓴다. 진회색 후디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를 걸친 후 도로시 잠들기 전 영상 통화를 했다. "아빠 내일 회사 안 가서 기쁘다!" 자기 새우버거 이제 좋아한다고 진짜 맛있다고 하는 목소리가 안으로 들어온다.


코로나 다이어리 2일: 수치

2022년 11월 22일

수치는 기준이다. 체온, 맥박, 혈압 등 신체상태를 나타내는 수치는 엄격하게 있어야 할 곳과 가야 할 곳을 정해주기도 한다. 회사냐 집이냐. 집이냐 병원이냐. 일반병실이냐 응급실이냐. 36.6도. 코로나 양성 반응 이틀째 체온은 변화가 없다. 열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2,3차까지 백신 맞을 때 38도를 넘어가니 몸이 말을 안 듣고 눈앞이 흐려져 힘들었다. 이번엔 아니다. 평소라면 6시에 눈을 뜨지만 오늘 아침은 7시 좀 넘어서 깼다. 알람을 꺼놨고 재택은 8시 반부터였다. 사방이 벽, 화장실이 아니면 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 토스 앱을 켰다. 금융데이터보다 더 자주 확인하는 건 오늘 걸음수다. 어제는 점심 먹고 회사 주변을 돌며 10,000 걸음이 넘었다. 방금 확인한 오늘 걸음수는 29걸음. 점심까지는 2걸음이었다. 오전에 환기를 시키며 글을 하나 써서 보냈다. 사옥 이전을 알리는 인사 메시지와 더불어 주요 클라이언트들에게 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마침 송중기 주연의 재벌집 막내아들의 시청률이 3회를 이어가며 치솟고 있었다. 시청률은 중요한 수치다. 당장은 물론이거니와 향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지니고 있다. 시청 디바이스가 TV 하나인 시대는 예전에 끝나서 시청률의 절댓값은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대응전략도. 이번 신작의 주 3회 편성은 파격이었고 첫 주 성적으로만 보면 성공했다. 사옥 이전을 맞아 새로운 입지에서의 각오와 더불어 새로운 콘텐츠의 더 나아진 시청률을 기반으로 거대한 동반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타이밍이 맞아 다행이었다. 과거의 좋은 기억과 새로운 기대감만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도모하기란 버거우니까. 아까는 보건소에서 전화 와서 코로나 양성 확인 및 격리 상황을 살피고 기저 질환 유무와 키와 몸무게를 물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까. 이렇게 코로나 시즌 통계 수치의 +1이 되었다.


코로나 다이어리 3일: 고열

2022년 11월 23일

새벽에 추웠다. 방 온도를 높였다. 한참 뒤척였다. 추위도 문제였지만 열이 몸을 뒤덮고 있었다. 체온은 어제보다 1도 높았다. 얼마 전 백신 접종 때 겪어 봐서 안다. 체온 1,2도 차이가 얼마나 정신과 육체를 혼미하게 만드는지. 날이 밝고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 짜내어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이것이 최선이었다. 지금 내게 할 수 있는 최선. 음식과 약을 먹으니 금세 차도가 보였다. 창문을 자주 열고 바깥 찬 공기와 내부 공기를 뒤섞었다. 열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다시 체온을 재보니 정상 수준으로 돌아와 있었다. 힘이 없었다. 하지만 해야 할 것들을 해야 아플 시간에 허비하지 않을 듯했다. 재택 시작 메일을 보내고 채팅을 통해 돌아가는 업무 상황을 체크했다. 소화기능은 나아졌지만 목 상태가 거칠었다. 지인이 말했던 면도날이 목이 걸린 느낌을 자주 떠올렸다. 진짜 그런 지경까지 올까 봐. 열이 가라앉고 점심을 먹고 다시 누웠다. 잠들듯 안 들듯 시간이 흘렀다. 아주 조금. 체리에 대한 리뷰를 쓰고 싶었다. 새로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익숙한 것들을 가지런히 편집한 영화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기존 영화들과 다른 점과 왜 이런 영화들이 계속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서. 리뷰 본문에는 안 썼지만 루소 형제 감독이 변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듯 로맨스 장면을 연출하다가 훈련소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신나서 널을 뛰고 있었다. 주인공에게 시련과 공포를 주는 쾌감에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약 중독 묘사는 가학적으로 느껴졌다. 마이클 베이와 다를 게 없었다. 자극 전달과 스펙터클 자체에 집중하는 것. 감독의 스타일이니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의도가 있었을 텐데 그걸 모르겠다. 백인 저소득자 밀집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며 마약과 범죄에 노출되고 전쟁 트라우마를 겪은 후 자기 파괴 과정을 거친 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걸까. 이런 관점이라면 적어도 난 인종과 국적부터 다르니 예외다. 문 밖에서 도로시 목소리가 들릴 때 귀를 기울인다. 잠깐 나올 때 멀리서 마주치면 손을 흔들고 작은 춤을 춘다. 우리는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며 그리움을 표현한다. 그리고 돌아와 휴대폰에 저장된 수만 장의 도로시 사진을 본다. 3살 4살 5살 6살 7살 그리고 지금의 도로시까지. 어떻게 이렇게 웃을 수 있지. 이렇게 어여쁘고 사랑스러울 수 있지. 해가 지고 창밖이 어두워지고 목이 다시 아프기 시작한다. 다행히 아내와 도로시는 음성이었다. 새벽이 무사히 지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괜찮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다이어리 4일: 댄스

2022년 11월 24일

목이 아프다. 침을 삼킬 때마다 꺼끌거린다. 찡그리게 된다. 몸살은 거의 사라졌고 체온도 정상. 기침도 주변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지 않는 이상 나오지 않는다. 할 때마다 힘들긴 하지만. 그런데 목은 규칙적인 음식과 약으로도 수일 째 나아지지 않는다. 목 내부의 볼록 솟은 부분을 사포로 문지르는 기분이다. 잠시 가라앉았다가 다시 부어오르는 것 같다. 그 외 소화기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글로 옮기기 어려운 부분인데 장의 기능을 더디게 한다고 해야 하나. 새벽에 잠시 눈을 떴다가 30분 정도 깨어 있었고 다시 잠들었다. 재택 시작 메일을 보내고 팀 채팅으로 업무가 돌아가는 상황을 챙기고 알아야 할 뉴스를 수집했다. 지인의 인사이동 관련 소식이 잠시 화제였다. 아내는 카톡으로 뭐가 필요한지 묻고 필요한 물건과 음식을 문 앞에 두고 간다. 아내의 케어가 없었다면 난 오래전 송장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아내는 나의 코로나 양성 소식을 듣자마자 내가 있을 공간 내부에 필요한 것들 모조리 구비해 두었고 동선을 통제했으며 영상 통화를 통해 도로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했다. 시시때때로 내 상태를 체크해주고 (아이를 더 우선으로 챙겨서) 너무 냉정하게 대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아니 냉정이라니. 어떤 코로나 양성으로 인한 자택 격리 환자도 이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22년을 봐 온 사람이다. 내가 아는 나보다 더 많은 나를 더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 커피와 간식을 가져다주고 잠시 문 밖에 나올 적에 도로시에게 알려줘 먼발치에서 마주하게 해 줬다. 도로시와 나는 서로의 거리를 의식하고 춤을 춘다. 우리는 우리가 우리에게 어떤 우리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평소 서로에게 어떻게 밀착하며 신나고 웃기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지금 상황의 위중함을 이해하고 있고 서로 가까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기 싫지만 들어가야 했고 도로시도 춤을 멈추고 싶지 않았지만 멈춰야 했다. 문 밖에서 도로시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귀를 모았다. 억양, 높이, 내용, 도로시는 다행히 같은 시간 학교를 가고 같은 시간 돌아오고 같은 시간 엄마와 밥을 먹고 잠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아내 덕분이다. 나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내일은 금요일이고 자가 격리는 일요일 자정까지다. 그전에 신체적으로 더 많은 회복이 되어야 한다. 아직은 자주 눕게 된다. 환기를 자주 시키고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을 반복했다. 목이 좀 나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다이어리 5일: 피로

2022년 11월 25일

오전에 두통이 심했다. 눈을 뜨고 샤워하고 다시 잠들었다. 얼굴은 부어있었고 목은 건조하고 따끔거리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재택 시작 메일을 보냈다. 금요일. 월요일에 양성 판정을 받았고 어느새 5일째. 점심을 지나면서 컨디션이 서서히 돌아왔다. 다시 두통이 시작되고 가라앉는데 시간이 걸렸다. 아내가 타이레놀을 권유했지만 조금 더 참기로 했다. 세끼 먹는 약도 적지 않아서. 환기를 시키고 가볍게 몸을 풀며 체내의 무게감을 덜어내려고 시도했다. 도로시가 학교 가는 소리와 돌아오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아내와 처제가 하루 종일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커피를 조금 더 마셨더니 지금은 정신이 좀 더 맑아졌다. 청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했다. 약은 내일 점심치까지 남았다. 파친코를 보며 선택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시대를 살아냈다고 다른 세대가 더 깊은 경외감을 지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모두 선택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다만 부당한 일을 당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중요하고 필요하다. 파친코의 가장 탁월한 점은 국적을 막론하고 기존 시대극에서 볼 수 없었던 세련된 영상미라고 생각된다. 누구도 아무나 선자 같은 삶을 살아낼 수 없다. 선자로 태어난 운명만이 온전히 자신의 생을 살아낼 수 있을 뿐이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제대로 출근을 할 수 있을까. 그때의 난 온전할까.


코로나 다이어리 6일: 두줄

2022년 11월 26일

어제 잠들기 전 자가 키트 검사를 했고 두줄이 나왔다. 병원에서는 말로만 들었는데. 코로나 검사에서 두 줄을 본 건 실제로 처음이었다. 음, 이러다 일상 복귀가 지연될 수도 있는 건가. 정보를 찾아보니 지난 3월 뉴스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PCR 검사에서 전파력이 없는 비활성 바이러스도 검출되어 격리 해제 후에 장기간 양성 반응이 확인될 수 있다. 격리 해제 후에는 전파의 우려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바이러스가 아주 소량 남아 있어 양성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 남은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준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격리 해제된 확진자는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다만 방역 당국은 격리 해제 후 3일 동안은 꼭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중이용 시설 방문과 사적 모임의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라고. 양성은 나올 수 있어도 전파 우려가 없다는 말이 갸우뚱했지만. 딱히 마음이 복잡하지는 않았다. 방 온도를 높이지 않았다. 지난밤에 너무 건조해서 아침에도 좀 힘들었다. 살짝 서늘했지만 호흡이 편했다. 새벽엔 좀 추웠지만 지나칠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 늦게 눈을 뜨고 아침을 먹고 남은 약을 먹었다. 목의 부기가 줄었고 두통도 줄었고 소화도 괜찮았다. 몸도 처음보다 가벼웠고 전체적인 컨디션이 지난날 중 가장 괜찮았다. 환기를 시키고 침구를 정리하고 청소를 했다. 어제보다 피로감이 덜했다. 의도적으로 눕지 않으려고 작정한 건 아닌데 아무래도 이런 버릇이 회복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 같아서 버티려던 참이었다. 눕고 싶을 정도로 피곤함이 몰려오는 일이 확실히 줄었다. 스트레칭으로 몸에 긴장을 주고 서 있는 시간을 늘렸다. 한정된 공간에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것저것 시도했다. 격리 시한은 일요일 자정까지, 그전까지 괜한 외출로 만에 하나 벌어질지 모를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어제 보던 한국 영화를 마저 보고 넷플릭스에서 전쟁영화를 하나 봤다. 1차 세계 대전 이야기. 전쟁 영화의 화법에 익숙해졌다고 전쟁이 만만해 보일 일은 없을 것이다. 전에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전후 세대는 전쟁을 주로 영상 기록으로 경험한 세대다. 편집된 영상으로 당연히 전쟁의 참상을 전부 다 알 수 없겠지만, 현재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도 보이듯이 전쟁은 벌어지는 순간 대학살로 이어진다. 영화에서도 이유도 모르고 끌려간 청년들이 온몸이 해체되는 고통 속에서 울부짖으며 죽어가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익숙해질 수 없는 이야기. 아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관련 영상 기록물들도 여러 곳에서 준비 중에 있을 것이다. 아까는 도로시에게 편지를 썼다. PDF로 아내에게 보내고 출력해서 도로시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지금도 도로시가 노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그나마 이렇게 버틸 수 있다.


코로나 다이어리 7일: 기침

2022년 11월 27일

늦게 일어났다. 컨디션은 괜찮았다. 예상보다 새벽이 덜 추웠다. 점심엔 기침이 좀 심하게 나왔다. 기침이 잦아지면 목이 붓고 목이 부으면 체온이 오른다. 도로시가 문밖에서 듣고 아빠 기침 많이 한다고 했다. 물을 아무리 마셔도 몇 분 동안은 힘들었다. 불쾌하고 멈추지 않는 이물감, 세차고 거친 압박이 목구멍을 훑고 지나가고 잠잠해졌다. 점심을 먹은 직후였고 잠이 왔다. 모든 것이 풀어지는 기분. 스스로 혼자 속으로 졸음이 뒤덮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지 않냐고 자문했다.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 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고 그 위에 베개를 올리고 팔이 느슨해졌다. 고개가 떨구어지기도 했다. 그대로 수십 분을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기울어지지 않으려고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기침은 멎었다. 환기를 다시 시켰다. 소독 티슈 여러 장으로 여기저기 문질렀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 한나 아렌트의 <정신의 삶>을 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인간의 조건>을 읽은 적 있다. 서문을 여는 번역가의 글이 인간적이었다. 한나 아렌트의 저서를 번역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한 분야에 대한 이런 충성심을 경외한다.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투여하는 것은 쉽게 해낼 수도 기회가 주어지기도 힘든 것이라고 여긴다.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든 어떤 관점에서는 고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서 마고 로비의 드림랜드를 마저 봤다. 역시 영화는 쉽지 않다는 것을, 성공적인 커리어를 지닌 배우도 이런 작품을 제작하고 주연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해 줬다. 어떤 부류의 관객에게 공감대를 어필하려는 지는 보였지만 영화 마지막까지 남자 주인공의 존재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내일은 6시에 눈을 떠야 한다. 집 안에서의 격리는 수요일까지 계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