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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Dec 01. 2022

미래의 추위와 도로시에 대하여

추위는 혼자 오지 않는다. 여러 감정과 물리적 압박을 동반한다. 날씨가 신체와 심리에 미치는 영향 중 죽음과 가장 가깝게 느끼게 만든다. 출근을 위해 이른 시간에 나가 광역버스를 기다린다. 애초 입석 제한이 있는 버스다. 남은 좌석이 없어 지나간다. 양해를 구한다는 시그널인지 깜빡거리는 불빛과 함께. 그렇게 30여분을 기다리면 피부와 근육, 사고 능력이 얼어붙는다. 오늘 출근길은 좀 무서웠다. 감기에 걸릴까 봐. 감기에 걸린 후의 몸상태가 아닌 감기에 걸려서 도로시와 아내에게 옮기게 될까 봐, 코로나 양성으로 멀어졌던 우리의 거리가 다시 더 멀어질까 봐. 어깨를 움츠리고 다리를 움직이고 손을 오므렸다. 퇴근길은 좀 더 속도가 붙지만 요즘은 오는 내내 같은 생각에 잠긴다. 미래의 도로시에 대하여. 미래 어느 날 혼자 걷게 될지도 모를 도로시가 홀로 이런 추위를 겪게 될까 봐. 나도 지금 이렇게 추운데. 내가 지금 느끼는 이 혹독한 추위를 도로시도 동일하게 느끼게 될까 봐. 나는 언제 어느 곳에 있을지 모를 미래의 도로시에 대해 걱정한다. 이런 추위를 도로시 혼자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지금 나처럼 도로시가 추위를 느낀다면 그건 얼마나 또 크나큰 고통과 아픔, 슬픔과 외로움일까. 그때를 대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추위에 대한 직간접적인 정보를 지금 알려준다고 한들 미래 어느 날 도로시가 겪을 추위에 대한 제대로 된 대비가 될까. 고개를 숙인 채 깜깜한 길을 걷고 오르며 생각에 빠져든다. 그러다 어린 도로시의 어제와 오늘, 내일에 대해 걱정한다. 이렇게 추운데 교실은 괜찮을까. 놀 땐 즐겁겠지만 교실 책상에 앉아있다가 불현듯 추위를 느끼면 어떡하지. 갑자기 느끼게 된 추위에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면 어쩌지. 언젠가 어디서든 추위를 느낄지 모를, 추위를 느꼈을지 모를 도로시를 생각하면 한없는 걱정과 공포에 휩싸인다. 모든 피부를 감싸지 못한다면 냉기는 어디선가 몸으로 스며들 텐데. 도로시와 추위를 어떻게 하면 떼어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집 앞에 도착한다. 문을 열고 신발을 벗으면 안경은 뿌옇게 바뀌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도로시와 마주한다. 꽃무늬 내복을 입고 웃고 있는 도로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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