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조각이다.
잊히고 훼손되고 망가지고 잃어버린다.
어린 시절에 대한 이런 기억은 영영 제대로 붙여지지 않는다.
어른은 이런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든 아니든 영향을 미친다.
무시하더라도 기억은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다.
과거와 기억이 주체가 되면 현실은 온전히 나아가지 못한다.
결국 더듬고 꺼내어 기워내고 말을 걸기도 한다.
사과하거나 보듬거나 악수하거나 동행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은 기억으로
완전하지 않은 현재가
완전하기 않은 기억에게 말을 거는 것은
덜덜거리는 챗바퀴에서 언제 나사가 빠져
부서질 시점만 기다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주변의 따스한 타인들이 많다면 보다 수월할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손으로 조각을 주어다가 조립해야 한다.
기억은 조각이고 거의 모든 성인은 미아.
가끔은 이런 불완전한 존재가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기르고
제대로 사는 것을 독려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완전에 이르지 못한 존재가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가라고 떠미는 일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을까.
아이들은 언제가 눈치를 채고
어른들의 말을 무시할 것이다.
무시는 무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조각난 기억들은 서로를 겨누며
싸움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사이사이 찰나의 위로를 서로 나눈다면 모를까.
우리는 영영 서로를 모른 채
자신을 미워하고
흐릿한 과거를 찾다가
느리게 쓰러져
아쉬움을 애써 숨기며
눈을 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