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남자와 결혼한다니 동생이 미친 것 같다

노아 바움백 감독. 마고 엣 더 웨딩

by 백승권

당신이랑 있으면 내가 싫어져.


자기 객관화는 괴로운 과정이다. 유명 매거진에 기고하고 출판 기념회를 할 정도의 작가 마고(니콜 키드먼)에게는 더욱 그렇다. 자식을 볼 때마다 과거의 선택과 결정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모로서 사랑할 수 있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그럴 수 있을까. 의무감을 저버릴 용기는 없어서 (버리진 못하고) 자꾸 떼어놓으려고 한다. 대화를 나눌 때마다 죄책감에 휩싸인다. 직접 묻지 않아도 나를 왜 세상에 나오게 했냐고 따져 묻는 것 같다. 자식뿐인가. 원흉은 남편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마고가 원하는 부분을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는 남자. 왜 그는 자꾸 멀쩡한 가정의 일원인 것처럼 보이려고 할까. 결혼의 긍정적인 면을 봐온 자신을 그토록 용서하고 싶었을까. 자신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보며 같이 나아가자고 할 셈인가. 동생은 어떻고? 결혼한다고? 또? 동생 폴린(제니퍼 제이슨 리)은 마고를 싫어한다. 마고가 공개적으로 쓴 글에 폴린의 사생활을 까발려 이혼하게 만들었으니까. 의도했건 아니건 폴린은 마고를 싫어하지만 마고는 언니고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한다. 아니 그렇게 믿는 척하며 모두가 아는 (남편 아닌) 애인을 만나러 간다. 그런데 폴린의 결혼 상대자는 왜 저러나. 겉만 봐도 갱생할 여지가 없는 구제불능 백인 쓰레기인데.


마고는 비정상 환경 안에서 자라난 과거를 평생 감추기 위해 안정적인 지위를 죽을 때까지 연기할 것만 같은 삶을 꾸역꾸역 유지하고 있다. 욕망은 있지만 주변의 그 어떤 것도 맘에 들지 않아 한다. 특히 동생과 결혼한다는 말콤(잭 블랙)은 더더욱 그렇다. 그 역시 무슨 글을 쓴다고 하지만 모두가 모여 대화하는 가운데 벌거벗은 남녀가 몸을 섞는 낙서나 아무렇게 그려대고 있는 무뇌에 가까운 인간이다. 폴린은 (자기 신랑 될 사람이니 당연히) 말콤에 대해 호의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일리 없다. 폴린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고 아무리 그래도 저런 짐승만도 못해 보이는 인간과 결혼이란 실패를 또다시 겪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거부해도 결혼까지 합의한 인간들의 맘을 돌려놓기란 어렵다. 마고는 여기 왜 온 걸까. (언니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며 자신의 실패한 결혼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와 공감대를 확보하려고? 애인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계획이 뭐였든 상황은 점점 엉망과 극단으로 치닫는다. 커다란 나무 밑에서 스몰 웨딩으로 치르려고 했지만 이웃의 협박으로 나무를 자르고 잘린 나무는 예비 결혼식장을 덮치며 신랑 될 인간은 10대와의 불륜을 알리며 울부짖고 폴린은 이미 임신한 상태였으며 마고는 출판기념회에서 배신과 망신을 당하며 뛰쳐나가고 아들은 맞고 들어와 엄마 때문에 다 이렇게 되었다고 소리 지른다.


마고는 도망친다. 아들마저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어떻게든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며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무엇이 잘못이고 아니든 혼자서 해치우고 싶었다. 하지만 10대 아들은 환영이 아닌 현실이었고 자꾸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당연하겠지. 마고는 자신이 떠미는 아들의 등이 얼마나 가엾은지 생각은 했겠지만 그걸 전부 자신이 떠안을 책임으로 몰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용기도 책임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마고는 동생을 버렸듯 아들도 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일부를 계속 버려서 자신을 회복 불가한 상태로 만들고 싶었다. 그게 뭐든 개인적 불행은 글의 소재가 되고 그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가게 할지도 모르니까. 마고는 늘 즉흥적이었고 깨닫지 않았으며 남을 탓하고 스스로를 동정했다. 그러면서 옳다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 타인과 완강하게 맞섰고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마고는 자신의 뿌리, 현재의 가족, 결혼과 자식까지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했다. 최소한 결혼이 망가진 과거를 지닌 개인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완전하게 학습했다 여겼고 가까운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아 했다. 마고는 끝내 현재를 버리고 아들의 곁에 착석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자신만의 정류장에서 홀로 내릴 것 같았다. 아들이 엄마를 이해할까. 마고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글에 최근의 불행을 어떻게 녹일지 몇 개의 메모와 일기를 훑으며 끄적거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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