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더, 모두 널 죽이려 들 때 누굴 믿을 것인가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 더 원더

by 백승권

어떤 자기혐오는 가장 끔찍한 형태로 덮친다. 성폭행 가해자의 죽음을 피해자의 죽음으로 갚기 위해 온 가족이 나서고, 조작을 의심하면서도 순교자가 필요한 종교는 장기 금식 후 생존을 기적이라고 우기려고 하며, 자기 자신조차도 이 끔찍한 쇼의 중심에서 스스로를 해치는 방식으로 아무도 피해 입히지 않고 재단의 희생양을 자처한다. 실제로 이들이 섬긴다는 신이 존재한다면 추종자들이 저지르는 이런 끔찍한 쇼에 개입 할리가 없다. 대체 어떻게 끝나나 가만히 구경이나 하겠지. 아기를 잃은 사연을 지닌 간호사가 이 난장판에 4번 타자로 등판한다. 애초 역할은 가만히 서 있다가 삼진 아웃이었다. 간호사 립(플로렌스 퓨)은 배트를 제대로 쥐고 날아오는 공을 뚫어질 듯 응시한 후 만루홈런을 날리며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린다. 경기장의 모든 구성원을 바보로 만든다. 립은 푼돈 받고 미친 짓의 일부가 되기를 포기한다. 부모와 종교가 한 팀이 되어 죽이려던 한 어린양을 감싸 안고 소돔과 고모라를 극적으로 탈출한다. 역사적 영웅이 되려는 게 아니었다. 진실과 거짓을 만방에 알리며 정의를 부르짖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주입당하며 살해당하고 있는 한 어린 여성에게 직접 손을 뻗어 구출한다. 생명을 구한다. 과거를 불태우며 고통받던 자신을 지우고 새롭고 대담한 선의의 실행을 통해 그 마을 어떤 종교인보다 더 탁월한 위풍당당함으로 구원을 이행한다. 지금도 세상에 얼마나 많은 어린 여성분들이 친족과 부모와 종교와 세상에 의해 살해당하고 자기혐오를 주입당하고 있는가. 기적은 먼 과거의 성경 구절 속이 아닌 처음 만난 타인의 사려 깊은 친절함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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