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이라고

몸은 유유히 떠날 것이다

by 백승권

생각이 변해간다. 때로는 이 모든 게 일의 일부일 뿐이라고,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마셔도 빼앗긴 수면시간은 졸음을 부른다. 반복되지 않는 듯한 반복, 지나칠 정도로 지루하지 않은 시간, 지금은 아무도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지만 언젠가 다급히 불미스러운 이유를 들어 불릴지도 모른다는 까닭 없는 조바심. 위협당하지 않음에도 두려움은 멈추지 않고, 눈 감기 전 새벽의 피곤함은 반복된다.

반복된다. 이렇게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던 날씨에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이젠 그 뜨거웠던 초심이 다 식어버린 집단의 장소로 향한다. 터덜거리며 걷는다. 무채색의 표정과 아무리 곧게 세우려 해도 이내 구부러지는 몸통을 이끌고 간다. 어떤 이유도 대지 못하는 건, 난 이곳을 좋아했으니까. 이곳은 내게 업의 희열을 안겨준 곳이니까. 하지만 그 희열은 누적된 시간과 겹쳐버린 격무 속에서 점점 쭈그러드는 풍선이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난 사랑을 버리지 못할 거였으니까.

사랑은 버리지 못한다. 소유하지 못했으니까. 가진 적 없으니까. 가지기 위해 삶을 변화시켰고, 시간을 다스리고 싶었고, 돈을 벌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은 고마웠지만, 선은 지키고 싶었다. 이곳은 소중하지만 그것은 사랑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늘 그렇듯 약속은 배반당하고, 누군가는 고통받기 시작했다. 난 가운데에서 할 말을 잃었다.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난 나를 지켜야 했다. 여자를 지켜야 했다. 약속을 지켜야 했고, 한 가지는 버려야 했다. 그것은 결코 고민의 여지가 될 수 없었다. 수단이 목적을 바꾸는 일은 적어도 내게는 해당되지 말아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적어도 난 그래야 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늘 그럴 수는 없다. 이제 한 마리를 놓아주고 가려던 했던 길로 나아갈 때가 왔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결정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스스로를 설득하는 법을 연마해왔다. 늘 그렇듯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는 순간, 몸은 유유히 떠날 것이다.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을 선택은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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