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추억만 뜯어먹으며 살기엔
우리의 오늘은 유복하다
전 생애로 증명하겠다며,
어린 날 네게 사랑한다 말했다
어찌 모든 날 내가 좋았을까
실로 많은 날 잉여인 적 많았다
하지만 넌 하루도 같지 않더라
매일 저렇게도 새롭게 아름다웠다
하여 시간의 쓰임 따위 개의치 않고
네게 투신하려 나쁜 머릴 쪼였다
누추했고 무모했고 단순했다
멈칫하기 보다 멈출 줄 몰랐다
관계의 끝을 계산할 줄 몰랐고
무지해서 행복했다
나이가 늘수록 닥치는
변화의 엉겅퀴에 얽히는 동안에도
두 사람은 같이 울지언정, 떨어져
서로의 짐을 가볍게 해주지 않았다
잠시 길을 잃었을지 언정, 떨어져
미아가 아닌 미아들로 남았다
그렇게, 11년을 지났다
결혼이란 것도 했고,
같이 내일 날씨도 걱정하며 산다
동선이 겹쳐지며 혼선이 줄었고
시간이 더 진해지면서
공감은 더 깊어져 갔다
오늘, 여자는 남자 앞에서
세 개의 촛불을 끈다
긴 것 하나 짧은 것 둘
같이 보내는 열두 번의 성탄절
처음 만난 그 해 오늘 그 밤도
뺨이 아리도록 바람이 시렸었다
혹여 TV 속 여인네처럼
기억이 바람이 될지 몰라
사랑하오 자주 읊었다
사랑해요 자주 들렸다
신이 있다면, 날 좋아하리라
그게 아니고선 감히 이런 여자와
대지를 갈아엎을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사랑을 나눌 기회가 허락되었을까,
어떤 대의명분과도 비교를 허할 수 없다
의식도 의심도 없이
믿는 것들을 이행하며
그렇게 살다 가겠다,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