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대한 트윗

2011.10.1~2012.2.5

by 백승권


얼음송곳 같은 추위가 부딪쳐올 땐

늘 지난 기억과 미안함이 몸속에 파동을 그린다.

어둡고 시린 골목과 거리, 또 낯선 도심에서, 왜 남녀가 다른데

추위는 비슷하게 느끼는지 불만이었다.

미안할까 봐 말도 못 하며 떨던 여자아이가 생각난다.

첫사랑. 지금 곁에 있는.


자는 모습을 바라만 보다

자는 모습을 어루만지다

자는 모습을 글로 쓰다

자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지금이 현실이 아닌듯하고

공간이 이곳이 아닌듯하며

뜬 눈을 꿈과 마주하고

망각 속에서 영원을 경험하는 것만 같다.

누구도, 알리 없지.

우리 둘뿐인데.


(당연한 소리 같기도 한데)

한 사람과 깊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변에 대한 관점도 재구성된다.

세상을 사랑까진 안 해도

(자신과 다르지 않은)

어떤 결여와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듯.

물론, 몸과 맘이 온전할수록

이런 과정은 자연스럽다.


시간도 멈춘 듯

모든 소리가 눈을 감은 어둠 속에서

등 위에 올려진 따뜻한 손바닥.


여자가 지적일 때 남자는 넋을 놓는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표피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늘 증명하고 있다.

내가 가 닿을 수 없는 곳의 단어들이

열을 지어 그녀의 입에서 나올 때

묘한 두근거림을 느낀다.


새마을호 타고 서울 올라간다

02년 봄~06년 여름까지 기차로 오가며 연애했었다.

4시간 반. 지나는 역이 저절로 외워지는 동안,

창밖으론 세상의 모든 계절이 지나갔다.

더 이상, 목적지를 체크하지 않는다.

그녀는 옆에 있다.


폰 안에 가득한 한 여자 사진을 보고

처제는 내게 스토커라고 했다.

처가에서 운동복만 걸친,

것도 매일매일매일 보는 눈과 코와 입술과 뺨인데도

눈과 손을 떼지 못하겠다.

기어이 텍스트와 이미지로 기록하게 만든다.

어둠 속에서 숨소리만 듣고 있어도

심장이 빨라진다.


경험에서 스며드는

구체적 형상들의 행복이

정점에 닿으면

도리어 어떤 말로도

다른 이에게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을,

난 요즘 무엇을 적어보려 새 트윗을 열고도

자꾸만 적확한 단어를 찾지 못해

이내 닫아버리고 마는 스스로를 보며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다.


새로 산 소파에 앉아

여자는 잠이 들고

남자는 책장을 넘긴다.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

남자는 그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창 밖엔 트럭이 지나가고

집안엔 소리가 없다.

속도를 잃은

수많은 이미지들의 정적 속에서

밤은 깊고 일 년이 끝나고 있다.


아내의 선물

2012년 3월부터 내 어깨에.


이 여자가 내게 보낸

카드 마지막 단어,

자기 이름 앞에 '부인'이라고

파란 펜으로 또박또박 쓴 글씨를 본다.

내가 남편이 된 것보다

그녀가 내 부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게 사실이구나 새삼 확인할 때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12번째 성탄절이 온다.


이 아이는 참 잘 잔다

방에서 거실에서 바닥에서 무릎에서

기댈 데만 있으면 잔다.

지금도 자고 있다.

숨 쉴 때마다 어깨가 움직인다.


지금 행복하다 여겨질 때마다

마음의 빚도 하나둘 늘어간다.


어떤 남녀가 4000일이란 시간을

쉼 없이 함께 달려올 수 있을까.

어떤 남녀가 이렇게 오랫동안

단 한 사람만을

몸과 가슴으로 안을 수가 있을까.

시간이 모든 걸 증명할 수 없다 해도

이 소박한 유의미함을 믿을 수밖에.

90분 후 우린, 그 어떤 남녀가 된다.


일생동안,

타인의 좋은 점을 얼마나 알아볼 수 있을까.

단 한 사람과 평생 같이 지낸다고 해도,

그(그녀)가 지닌 모든 좋은 점을 알 수 있을까.

그게 가능이나 할까.

내겐 매일 보이는데.

너의 좋은 점.

얼마나 어디까지 더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무척. 신나.


아내가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늘 내가 나오는 꿈을 꾸고

잠에서 깬 후에도 현실의 내가

꿈에서의 나와 다르지 않아서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아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꿈에게 널 빼앗기고 싶지 않다.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내게 가두었으면 좋겠다.


네 시간 전,

집에서 아내와 저녁을 먹었다.

그녀는 요리를 하고 난 정리하고

우리는 엄마(친정)와 수미(처제)와 화상통화를 하고

소파 구입에 대한 이야길 나눴다.

비슷한 평일 저녁인데도,

이보다 행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채워진.

감정.


연애기간 합해 그

12년째 보고 있지만,

뭉클/따뜻/포근하다.

낡고 빈곤한 단어로는

한 움큼의 결도 담을 수 없을 만큼,

그녀는 모든 감각기관에 서려있는 흔적과

현재의 공간 안에 존재함으로 인해

'나를'

감정의 임계점을 늘 갱신하는

초인으로 느껴지게 한다.


몇 장의 사진으로 모든 걸 말할 순 없겠지


너에게 늘 고마워하고 있어.

결혼 2주년


사랑해본 사람들은 다들 경험 있겠지.

잠든 연인의 팔이 내 몸에 닿아 있을 때,

깨우기 싫어 뒤척거리지 못하는

그 아슬아슬한 기분을,

몸이 굳어도 좋으니

이 순간이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하는

애타는 마음을,

점점 더 저려와도 견딜 수 있는

초인적 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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