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은 편안해.
여러 생각 안 해도
저절로 일어나는 자연스러움.
아침해, 파도, 버스와 신호등 같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들.
숨을 쉬듯
지구가 돌듯
태양이 당기듯
애써 느끼려 하지 않아도
균형의 일부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예상의 바깥에서 충격이 날아와
기억의 유리를 깨고
심장이 빠르게 뛸 때
어서 그림자를 세어 봐.
실체는 보이지 않고
새 어둠이 거기 서 있었어.
어색한 인사를 하며
너무 오랜만이라
어서 해를 높이 띄워
사라지고 싶었지.
불안이 맨 얼굴을 드러내도
불안은 끝나지 않고
과거를 아무리 덮으려 해도
현재는 아무것도 해결 못한다는 것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아는 척해도 그뿐이지.
몸통을 관통하기 전까지는
날아오는 속도를 감지조차 못해.
다음 충돌에 대비조차 못해.
애써 감은 눈이 뜨는 법을 잊어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며
허공만 더듬거릴 뿐.
인생이 그렇게 짧다는데
고통의 길이는 세다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