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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면 같은 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

by 백승권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같이

지내며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자릴 비운다고 선언을 하면 늘 길게 앓았어요.

갑자기 걸린 감기 몸살이 잘 낫지 않았고

어느 날 심해진 우울감에 끝 모르게

빠지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는

만인의 흔한 업을 넘어

개인 삶의 중심이 되어서


같이 고민했던 그들은

어느새 일과 글을 넘어

팔을 아무리 크게 벌려도

양끝이 닿지 않는 부피로

커져 있었어요.


거기에 기대어 나는 비좁고

답답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었고

나보다 나를 더 좋게 이야기해 주는

고마움에 자주 뭉클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그들을 버티게 해 주었을까.

그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착한 답을 들려주었지만

내가 정말 그랬을지 늘 마뜩잖았어요.

미안함만 앞섰고.


알아요. 떠나면 같은 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다른 방식으로 여전히 갑갑한 공간에서

살아남는 법을 새롭게 익혀야 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지니고

더 이상 자리에 없는 이들의

근사한 훗날을 빌어주는 일밖에 없다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나는 왜 아직도 혼자 남았는지 자책하며.


이런 사람들은 매우 드물고

시공간이 단숨에 분리될지 언정 연결된 끈마저

모조리 불타 끊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어요.

나 같은 인간에게도 이따금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


그들은 좋은 사람인척 노력하려는 내게

좋은 동료가 되어주었습니다.

여전히 각각의 호칭으로 남아서.

과거의 무드 안에서 인사를 나누고

같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잊기도 했어요.


그저 의지를 지니고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닌데.

그동안의 시간은 이미 지났고

우리가 나눈 고마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시간도 결코 반복되지 않을 테니까.

기억이 화석처럼 남아도

화석이랑 무슨 이야길 나누겠어요.

혼자 멍하니 조금 웃다가

피 묻은 손으로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러 가겠죠.


고마웠어요.

이젠 소리 내어 고맙다는 인사를

나눌 날도 더 이상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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