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을 보다가
사전을 뒤적이지 않아도
동료는 흔히 같이 일하는 사람의 의미.
백상예술대상은
대중들에게 공개된 영상 창작물에 대한
시상을 하는 자리이다 보니
배우
연출
촬영
작가
등이 주인공.
어쩔 줄 몰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순간의 진심을 전하는
날 것의 느낌이 좋아
매년 챙겨보는데
이번에 가장 인상 깊은 소감은
존재한 지도 몰랐던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소감.
10년 넘는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준비한
넷플릭스 사극 영화 <전, 란>의 신철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혼돈의 시기 목숨을 걸고
비화를 기록으로 남긴
사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죠.
살아있는 모든 사람을 제치고 전한
유일한 감사의 대상.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아무도 떠올리지 않는
누구에게도 기억조차
이미지조차 없는 무명의 인물을
지난 1년 동안
영화관과 TV, OTT를 통해 공개된
수많은 영상 작품들을 시상하는
만인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의연하게 드러내는 결기
세상에 사소한 기록은 없다는
강렬한 인상이 전해졌어요.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키워지고 다시 쓰이는 순간
영원히 남을 영상 언어로
다시 탄생할 수 있다고.
어떤 혼란과 어둠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반드시 있고
아무리 외로운 싸움이라도 반드시
반드시 인정받는 순간이 온다고.
그 시기가 당장이 아니더라도
먼 미래가 될 수 있더라도
그 기록은 분명
사람들의 심장을 두드리고
피를 끓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고
새로운 움직임으로
시대 변화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강렬한 자극이 있을까.
영원히 기억될 거라는
미지의 약속.
무덤이 들썩거리고
바람이 일렁이며
휘영청 달빛과 함께
파도가 춤출 일처럼
와닿았습니다.
무명의 그 사관이
<전, 란>에 참여한 모든 이들 관점에서는
동료라는 칭호가 어울리지 않을까.
거슬러 올라 모든 과정을
최초로 시작한 자로서.
모든 함께의 발화점으로써.
아무리 멀리 있어도
동료가 될 수 있다면
멋지겠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