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빛과 실
책의 크기가 좋았어요.
한 손으로 잡고 펼쳐 읽기 편했어요.
차로 이동하며 느긋하게
작가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크기의 책을 내고 싶었어요.
문 앞에 도착한 책을 보자마자 든 생각.
본문 1/5 정도의 하단의 영역은 대부분
여백으로 비워져 있었습니다.
이 또한 좋았어요. 가볍고 빨리 넘어갔고.
언제든 다시 펼칠 수 있을 것 같았죠.
오래전부터 책장에서 꺼내보는
비슷한 크기의 책이 그렇듯.
긴장감이 적어 좋았어요.
한강 작가는 제주와 광주에서 일어난
시대적 사건을 세계에 알린 작가 중 하나이고
그의 이야기는 그만큼 실화 속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핏물과 절규가 담겨 있었습니다.
<빛과 실>은 소설이 아니었어요.
162페이지 본문에서
지난 책들을 언급하지 않은 건 아니었고
지난 책들로 인해 탄생한 책이기도 했지만
<빛과 실>은 한강 작가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누비는
공기와 햇살의 일부를 옮겨놓은 책이었어요.
글을 쓰는 동안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언급이
이상적이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운다는 부분에서 잠시 멈췄고.
다른 페이지에서도 주변인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상세한 에피소드는
거의 없어 보였어요.
한강 작가는 작가로서 외로움을
피부처럼 두르고 사는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시종일관 부들부들 떨며 몸서리치는 그런
강렬한 외형과 자극성을 지닌 외로움이 아닌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이를 두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마치
너무 입을 단단하게 틀어 막아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외로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세계 최고의 영예로운 타이틀을 지녔음에도
작은 마당의 식물들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며
마치 식물들에게 더 인간적으로 다가가는데
익숙할 수도 있겠구나... 여겨지기도 했어요.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해와 오해를 번갈아가며
마음을 복잡하게 하지만
식물은 햇볕과 벌레를 제어해 주면
인간보다는 덜 번거롭기도 하니까.
가만히 읽다 보니
나는 한강 작가처럼 생각하며
비슷하게 이야기를 쓸 수 없겠지만
다만 그동안 이야기를 모아
비슷한 크기와 서체, 자각, 행간과 닮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행위와
타인에게 표를 파는 행위처럼
그리 가깝지 않은데 물성인데
내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흩어진 것들을 모아 담아놓을
일정한 디자인의 서랍을 갖고 싶은
욕심 같기도 합니다.
좀 더 썼다가 지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