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by 백승권

1. 광고 일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기억엔 17살 겨울방학 즈음부터 방향을 잡은 듯한데, 중학교 때부터 하고 싶어 했다는 증언도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잘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고 싶었는데 그중에 글이 있었고 그 후에 흥미를 듬뿍 갖게 된 광고가 있어 광고에서 글 쓰는 일을 하기로 했고 지금 상황처럼 매일매일 광고회사에서 글(카피)을 쓰며 살게 되었습니다.


2. 카피라이터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 자질은 어떤 것이 있나요?

문장력. 누가 소리 내어 읽어도 흠 없는 문장(카피)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종종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과 카피를 쓸 수 있는 능력을 동일시하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경우를 마주치게 되는데 훈련된 카피라이팅은 문장의 완결성에서 나옵니다. 이를 위해서 광고 마케팅 분야의 전문지식은 물론 디자인 감각과 대중문화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남다른 관점도 옵션이 아닌 필수로 요구됩니다.


3. 카피라이터로 일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교육과정이나 관문이 있나요?

‘오직 카피라이터만’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카피라이터로 일하기 위해서는 광고회사나 마케팅 부서, 또는 디자인이나 영상제작 관련 업무를 하는 곳으로 취업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여야 할 것인데 이는 관련학과에 들어가 ‘충실히’ 과정을 (개인학습과 더불어) 이수한다면 기본요건은 갖춰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카피를 쓰는 데 필요한 다양한 소양이나 경험을 쌓는 (자신만의) 과정을 찾는 게 좋을 듯하네요. 물론 입사를 원하는 광고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가 요구하는 기준을 먼저 준수하는 게 우선이겠죠.


4. 광고 기획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요청이 들어오고 해당 광고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일을 처리하는 프로세스는 회사의 컬러마다 각기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해당 브랜드의 상황과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후 다양한 부서와의 회의와 협의를 통해 콘셉트를 도출하고 동시에 메시지(카피)와 크리에이티브(디자인과 영상) 방향을 잡습니다. 중간중간 클라이언트와 리뷰를 하고 수정 보완을 통해 정해진 시한에 맞춰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편입니다. 크고 작은 변수나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조금씩 변형될 수는 있지만 광고 기획은 명확한 결과물을 만드는 다른 파트와는 달리 흐름을 총괄하고 의견과 시기를 조율하여 최적의 결과로 이끄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만들어진 제작물이 가장 효율적인 비용 안에서 최대 효과로 산출될 수 있도록 매체를 운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5. 광고 제작 과정에서 카피라이터의 책임과 권한은 어느 정도인가요?

카피는 초반 기획 과정이 일정 수준 정리되어 디자인 영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카피 자체를 매끄럽고 적확하게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기획자와 디자이너 사이의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카피라이터는 카피(text)가 쓰인 (도출된 콘셉트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아닐지라도) 모든 영역에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기획 과정은 물론, 디자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도 상황에 따라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6. 텔레비전 광고, 옥외 설치물, 신문이나 잡지 같은 인쇄물 광고 등 광고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영향력을 끼치는데 매체의 특성에 따라 광고문을 작성하실 때 중점을 두시는 부분이 달라지나요? 그렇다면 각 매체별로 중점을 두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매체 자체가 크리에이티브라고 불리는 시대입니다. 어디에 광고물이 붙느냐가 곧 광고에 노출되는 목표 소비자와 광고가 지향하는 목적을 동시에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TV는 채널과 시간대에 따른 시청자 연령에 따라 다르고, 옥외 설치물은 해당 도심이나 지역에 모이는 대중들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예를 들면 1차원적으로 역삼동은 직장인, 홍대는 대학생 등) 신문과 잡지 역시 독자의 성향과 매체의 성격에 따라 각기 구분되는데, 종합하면 해당 매체에 광고가 붙는 시점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소비자군(나이 성별 라이프스타일 등)이 누구냐에 따라 카피의 방향과 화법도 달라진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7. 카피를 작성하실 때 무엇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가장 먼저 카피를 요청하는 사람에게서 얻는 브랜드의 첫인상이 있습니다. 그것이 메일이든 브리프든 실제 음성이든 그 안에서 다양한 정보와 이미지를 1차로 얻고 이후, 그때까지 경험한 영화, 책, 음악, 그림, 대화, 메모, 광고, 경험 등 안에서 선별된 2차 정보를 망라해 카피를 작성합니다.


8. 일을 하시면서 겪은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은 무엇인가요?

카피가 거절당할 때. 좋은 반응과 효과는 금세 희미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반응과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는 각인됩니다. 카피마다 들인 시간과 노력은 카피가 요청되는 브랜드의 성격만큼이나 각기 다르겠지만 멀리 보면 각 카피마다 한 개인의 역사가 깃들여 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물론 현업에서는 길들여질 수 없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속출하곤 하는 데 상황과 대상을 막론하고 카피에 대한 부정의 반응은 자극이자 한계이며 회환이자 울분, 이상한 희열과 도전의식, 책임감, 좌절 등 다양한 감정과 감성을 파생하곤 합니다.

9. 프리랜서로 활동할 경우 회사에 속해서 일하는 것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프리랜서로 활동한 적은 없지만 지인들의 의견과 경험들을 취합해보면) 수입의 격차와 수입이 들어오는 시기의 불안정함입니다. 회사는 월급(과 간헐적으로 주어지는 인센티브), 프리랜서는 담당한 프로젝트 별로 주어지는 수입이겠지요.


10. 일반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수익을 얻게 되나요? 광고 저작권을 통해 일정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도 있나요?

제가 모르는 사이 룰이 바뀌지 않았다면, 모든 광고물의 저작권은 광고를 제작한 회사가 아닌 광고를 의뢰한 (그리고 광고의 제작과 온에어를 위해 모든 비용을 감당한) 회사에 있습니다. 광고회사는 광고 캠페인을 담당하며 의뢰한 회사로부터 진행비에서 사전 계약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습니다. 일정 시기 집행된 광고물의 저작권을 지니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광고(관련) 회사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11. 광고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세상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욕망이 아닐까 싶네요. 자신이 기획한, 카피를 쓴, 디자인을 한 무언가로 일정 사람들의 생각과 동선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아마 광고를 꿈꾸고 일하는 사람들의 공통으로 잠재된 무의식이라고 생각됩니다. 표면적인 목표는 해당 브랜드의 매출 상승이나 안정적 시장 순위권 진입 이런 것이겠지만 내면적으로 이게 다 자신의 손으로 힘으로 생각으로 가능하게끔 만들고 있다는 동기부여나 자기 설득이 광고에 담긴 가장 큰 매력, 광고에서 손과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동력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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