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

by 백승권

젖은 우산 밑에서

녹색 어둠 헤치며

비바람 맞다가

하늘에서 파도소리를 들었어요.

환청 같았지만 아니었죠.


지금은 침대 옆 창밖에서

개구리 조직원들이 광분한

목청을 뽑고 있어요.

환청 같지만 아니죠.


어제는 익숙한 도로 위에서

처음 본 버스에 치여

생사가 갈리는 줄 알았어요.

속도를 급히 줄였지만

기사님이 보복 운전을

할까 봐 조금 두려웠어요.


며칠 전엔

비행기 사고를 떠올렸어요.

비행기가 착륙하며 흔들리고

속도가 매우 빠를 때였죠.

800km/h라는 비행속도 수치를

이날 처음 봤어요.


날이 흐리고

길이 좁아지면

물에 갇혔던 이

섬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요.

우린 그때 멀어지는 흰색 트럭을

하염없이 따라갔고 잠시나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을 줄 알았습니다.

물속의 바퀴는 계속 계속 헛돌고.

차문 밖의 물은 점점 점점 높아지고.


그래도 육지에

나쁜 기억이 더 많아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육지에

좋은 사람이 한 줌 남아서

돌아가고 싶기도 해요.


빌린 차의 주차 브레이크가

여전히 적응이 안 돼요.


모래를 휩쓰는 파도를 보며

학살당한 사람들의

핏물이 같이 떠올랐고


움푹 패인 절벽의 시간을 세다가

일본군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진지 동굴의 설명을 읽고

여명의 눈동자와 731부대가 생각났고


누군가

여기서

울다 죽었어요.


대기를 부술 듯

휘몰아치는 나뭇가지들에게서

웃음소리만 들리지는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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