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일부터 못 볼 사람처럼 다급하게 고백해요.
다시는 마주 볼 수 없을 듯 뚫어지게 쳐다봐요.
몇 시간 후면 서로의 얼굴이 사라져 버릴 것처럼
실컷 웃고 다시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처럼
같은 방향으로 빠르고 씩씩하게 걸어요. 망설이며
가둬두었던 단어들을 꺼내어 들려줘요. 아무리 입술을
깨물며 다짐해도 이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러다 정말 아무리 원해도 할 수
없는 날이 언젠가 반드시 닥칠 때니까. 그때는 지금
닥치고 있던 걸 얼마나 후회할까요. 후회하지 않는 척
한들 포장만 해둔 선물들과 봉투에 넣지 않은
편지들과 몇 날 며칠 준비했던 말들이 모든 가능성을
잃게 된다면 후회가 무슨 상관일까요. 관계의
멸망인데. 지구멸망설은 있어도 지구재창조설
같은 건 없으니까. 끝나면 끝이잖아요. 끝은 그
자체로 절대적이라서. 모든 망설임을 비극으로
바꿔놓겠죠. 제가 지금 이러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에요. 기원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신은
가득해요. 예언서에 없던 고통 이후 죽음이 덮쳐오면
어떤 흑마법으로도 깨우지 못해요. 생물학적 죽음의
진실은 단순해요. 모두에게 해당되고 피할 수 없다는
것. 거기서 나와 우리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겁니다.
사후세계라는 낭만적인 판타지도 있겠죠. 상상의
세계가 현실의 매트리스를 잠시 바꿔줄 순 있어도
현실 자체가 끝나면 감각과 인지가 종결되면
아무리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도 소용없어요. 어떤
방식과 선택과 경험과 기억이더라도 그걸 펼칠 무대가
완전히 소멸되어 복원되지 않는 거니까. 그런 세계의
문이 열리기도 전에 우리의 시대는 끝나는 거예요.
우리가 사라지고 우리가 기억하는 우리가 사라지고
우리가 나누고 느끼고 같이 지나왔던 모든 것들이
형태와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 이게
필연일 테니 우리 내일부터 못 볼 사람처럼
다급하게 고백해요. 다시는 마주 볼 수 없을 듯
뚫어지게 쳐다봐요. 몇 시간 후면 서로의
얼굴이 사라져 버릴 것처럼 실컷 웃고 다시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처럼 같은 방향으로
빠르고 씩씩하게 걸어요. 망설이며 가둬두었던
단어들을 꺼내어 들려줘요.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아요.
좋아해요. 사랑해요.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