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

by 백승권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우리가 이야기할 때

제가 원하는 제가 되는 걸

그걸 제가 좋아한다는 걸


모든 감정을 깊이 공유하고

모든 대화를 아낌없이 나누고

모든 걱정을 대신해주고 싶은

모든 헌신을 쏟아부으며


유한한 시간과

단절된 공간과 맞서

격돌하고 있다는 걸


아름다운 문장들을 쓴 어떤 작가들은

생의 끝을 스스로 결정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인생의 평균은 없다는 걸 다시 깨달아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이 아름다움을 못 견디는 이유로

끝을 내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다시 말하면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로

감싸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것을 쉽게 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붙들고 있어야 해요


언젠가 우리의 삶이 저물고

언젠가 우리의 시간이 멈추고

언젠가 우리의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언젠가 우리가 지금처럼 서로를

마주 볼 수 없다는 비극과 마주했을 때


후회 없도록

웃을 수 있도록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며

질끈 눈을 감으며

아랫입술을 깨물지 않도록


미래의 저를 만난 적 없지만

미래의 저를 거기에 두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미래까지 가서 그를 만날 생각 없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미래의 후회를 지우고

현재의 아름다움을 지속하기 위해


아름다운 것들의

결과 선과 면을

완전히 지키며 우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남은 사명이

우주의 구원이라고 제안하는 게 아니에요.


마주 앉아 같은 메뉴판을 바라보는 것

오늘 하루에 있었던 사건을 토로하는 것

더 베어의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우리가 이야기할 때

제가 원하는 제가 되는 걸

그걸 제가 좋아해요


제가 간절히 원해요





https://esawebb.org/images/comparisons/potm2504/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