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병신체, 인문병신체, 그리고
광고계도 언어순화에 대한 논의가 한번 이뤄지면 좋겠다. 클라이언트가 쓴다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그들의 언어'를 쓰는 노력과 시도는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게 업계 전반을 잠식하다 보니 이건 뭐 교포 4세들이 쓸 법한 단어와 표현이 한글과 뒤섞여 난리도 아니다. 오히려 소통의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를 많이 봤다. 말하는 이가 핵심 내용의 전달이 아닌 "난 이렇게 말하고 있어"라는 면을 더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제대로 순화되지 않은 단어를 쓰는 경우 소통의 목적은 협의가 아닌 자기 PR로만 빠지게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사내나 외부 미팅 등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적응이 되긴 하는데 이게 그저 수긍이지 개선된 이해로 가는 건 아니라서 '거리 유지'에 그치게 된다. 같은 목적으로 같은 공간에 모인 같은 국적의 사람들끼리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게 된다면 그건 그저 말잔치는 아닌지.
나도 주로 한글로 글을 지어 파는 사람이라 이런 간극과 이질감에 항상 시달리게 된다. '말하는' 언어가 저런데 '쓰는' 언어를 교정한들 그게 공감과 교감으로 이어질까 하는 고민.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이해 가능한 언어의 범주 안에서 승인하고 진행되기 마련일 텐데 말이다. 나 역시 보이는 말과 전달하기 위한 말 사이에서 늘 오가는 (업적) 위치에 있다 보니 보그병신체나 인문병신체가 남의 동네 이야기 같지 않더라. 그동안 다양한 지면을 통해 순화 과정이 있어왔지만 결국 직접 쓰는 실무자들의 자각과 개선 노력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테다. 물론 가장 먼저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