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위기, 세계의 광고

2013 깐느 국제광고제

by 백승권

광고가 세계의 평화를 가져오기를. 희망을 품었던 때가 있었다. 그로 인해 나의 평화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랐다. 꿈은 흐려지지 않았지만 시야는 달라졌다. 광고가 위트와 유머를 포기할 수 없는 건 그만큼 직면한 세상이 어둡고 잔혹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블랙코미디 영화처럼. 광고는 늘 웃겨야 했다. 세상이 그러질 않으니. 광고는 늘 포기하지 말라고 다독여야 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포기하고 있으니. 광고는 자본주의의 악독함을 가리는 포장지라는 악명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적어도 아주 잠깐이나마 현실의 처지를 망각하고 꿈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위안해야 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광고가 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2013 깐느 국제광고제 수상작 그랑프리와 금상 수상작 등을 통해 웃음 뒤에 가리어진 그늘을 끄집어내고자 한다.


라이카의 흑백 카메라 M-MONOCHROM은 전장에서 죽은 사진가의 이야기다. 광고는 자신의 몸은 죽었지만 영혼은 살아남아 카메라로 부활했다고 이야기한다. 비키니 입은 모델이 중앙에 서 있는 광고를 보고 누가 문맹률을 낮추자는 카피를 예상할까. 프랑스 문맹퇴치 기관 ANLCI은 이 카피를 못 읽는 사람이 ‘불행하게도’ 300만 명은 넘을 거라고 전한다. 브라질 모델회사 STAR MODELS는 깡마른 캐릭터 그림과 똑같이 입힌 실제 모델을 보여주며 거식증을 경고한다. 팔다리가 잘리고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의 사진, 페이스북의 좋아요 클릭만으로는 결코 도울 수 없다고 꼬집는 싱가포르의 공익광고는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매춘부와 알코올 중독자, 인신매매 단과 찍은 아이들의 단체 사진을 보여준 유니세프는 아이들은 결국 같이 있는 어른들에게 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의 광고는 뭉클했다. 아픈 이들에 대한 지면이 작아져 사라져 버린 신문을 보여주며, 그래도(미디어를 통해 알려지지 않아도) 자신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고요히 전한다. 마드리드 출판협회의 광고는 당신이 콜 오브 듀티와 앵그리버드에 빠져있는 동안 어린 왕자와 돈키호테는 시체가 되었다고 전한다. 책을 구해달라고 덧붙인다. 여기까지, 인쇄광고(PRESS) 수상작에 대한 이야기였다.


같은 색과 디자인의 옷을 입은 어른과 아이를 보여준 생수 브랜드 에비앙은 마시면 어려질 거라고 농을 던진다. 수천 마리의 펠리컨이 단 하나의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는 쇼핑몰 브랜드 하비니콜스 광고는 여전하다. 당신의 푸석한 머리를 윤기 나는 금발로, 당신의 공사용 드릴을 골프채로, 걸레 빠는 양동이를 샴페인 얼음통으로, 다리미를 요트로 바꿔주겠다는 로또 광고는 사람들의 식지 않는 욕망은 인생역전에 가 닿아 있다는 점을 설파한다. 야외 결혼식 장소에서 폭탄조끼를 입은 남자와 만삭의 폭주족 여자를 보여주는 벨기에 TV 채널의 광고는 차라리 귀엽다. CMYK 중 하나의 색만 빠져도 일상은 지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콜롬비아 잉크 브랜드 광고 또한 마찬가지다. 독사에게 눈알을 물리거나, 감전되어 살이 까맣게 타거나, 피라니아가 하반신을 갉아먹는 등의 죽음보다 더 ‘바보 같이’ 죽는 방식은 아마 지하철에서 사고로 죽는 거라고 호주의 공익광고는 앙증맞게 이야기한다. 이마에 힘줄이 서도록 모델들을 거꾸로 매달고 그래도 예뻐 보이지 않냐는 로레알은 어떤가. 마치 죽음이 저 바다에 있다는 듯 홀로 선 노인과 같은 노인 옆에 개 한 마리를 둔 사진을 통해 개사료 브랜드는 이야기한다. 개 한 마리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입양하라고. 앰네스티는 사형제도에 저항하기 위해 사형수의 마지막 식판을 보여준다. 교통안전표지판을 실제 사고로 파손된 차량을 올려놓는 아르헨티나는 직설적이다.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 일본인의 입 속에 들어간 인도 여자를 보여주며 외국어가 힘이라고 말하는 학원 광고. 여기까지, 옥외광고(OUTDOOR) 수상작이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등을 돌리고, 베개를 집어던지고 가리기 바쁜 여자들에게 도브는 말한다. 스스로를 예뻐하는 아이 같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악스 향수는 네가 원하는 여자는 괴물이 아니니 겁내지 말라고 수십 년째 소심한 남자들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 성매매업소 대한 은밀한 판타지를 보여주는 영상들. 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비영리 포르노 사이트 come4는 성적 욕망은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실제 인물을 통해 이야기한다. 싸늘하고 황폐한 공간에서 지독한 우울함을 견디지 못한 듯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는 침팬지. 동물학대 방지 단체 PETA는 폭력에 방치된 인간과 동물의 끝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전한다. 2006년 스리랑카에서는 기아대책 NGO단체 일하던 노동자들 16명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광고는 현장을 재현하고 피로 물든 셔츠에 죽은 이들의 얼굴을 보여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임을 강조한다. 범인은 잡혔다. 여기까지, 필름(FILM)과 영상기법(FILM CRAFT) 부문에 대한 수상작이었다.


금고와 매트리스를 합친 아이디어는 스페인 사람들의 은행에 대한 불신을 역설한다. 구글은 행아웃 웹캠 서비스를 통해 인권국가로 알려진 프랑스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동성결혼을 추진했고 엄청난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노르웨이에서 강간은 협박, 위협이 동반되지 않으면 범죄로 간주되지 않았다. 앰네스티는 위기에 몰린 소녀의 NO라는 말을 음소거시키며, 현행법에 상관없이 동의 없는 관계는 강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유명인들이 참여한 그린피스 캠페인은 멕시코 강의 70%가 화학물질로 오염되었음을 알린다. 독심술로 사람들의 계좌정보를 알아맞추는 벨기에의 캠페인은 실은 마술이 아니라 해킹에 의해 다 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구글 검색 데이터를 통해 감기 발생지역을 사전에 예측하고 티슈를 판 크리넥스는 영리했다. 프랑스 박물관은 젊은 세대들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점점 잊혀 가는 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알린다. 그때 페이스북이 있었으면 이랬을 거라며. 태국에 닥친 역대 최악의 폭풍, 코카콜라는 다양한 행사와 긍정적 뉴스를 전파하며 행복의 에너지를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P&G의 지난 올림픽 캠페인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폰서가 당신의 엄마라고 말한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 홍보를 위해 일본 전역의 강 주변 환경을 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청소한다. 매일 11명, 미국은 마약, 음주, 총기사고보다 교통사고로 죽는 10대들이 더 많다. 안전운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캠페인이 펼쳐지고 오바마는 예산법을 승인한다. 광고 캠페인이 법을 바꾸는 순간. 여기까지, PR과 미디어(MEDIA)에 대한 수상작이었다.


할아버지들이나 타는 차라는 이미지를 타계하기 위해, 링컨 모터스는 뮤지션 벡과 뮤직비디오 감독 크리스 밀크와 함께 360도 전방위로 시청각을 만족시키는 콘서트로 이미지 쇄신을 꾀한다. 구두 브랜드 제옥스는 방수 구두를 알리기 위해 연강수량이 11.7미터인 인도 체라푼지(Cherrapunji)에서 인터렉티브 영상을 찍는다. 나날이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가는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정면돌파, 맥도널드는 자신들의 음식에 대한 모든 질문과 답을 소셜미디어 방식으로 해결한다. 아디다스는 매장이 아닌 쇼윈도에서 터치 스크린과 휴대폰 연동으로 쇼핑을 유도하고, ALB라는 듀오는 신곡 뮤직비디오와 이베이 온라인 쇼핑을 결합한다. 무료 와이파이를 쓰려고 단어를 맞추기 게임을 하는 건 어떨까. 매년 6천만 명의 여성들이 강제 결혼하는 비극을 알리기 위해 유엔 독일 본부에서는 가장 진실한 사랑을 상징하는 호헨촐레른(Hohenzollern) 다리에서 자물쇠를 여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기부금을 모은다. 싱가포르에서 중고 아이폰을 모아 쉬운(뉴스, SNS, 쉬운 통화 연결, 긴급통화) 앱을 설치해서 보급한 캠페인은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을 따라잡지 못해 고립되는 장년층들을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였다. 이 중고폰 프로젝트는 30개국으로 전파되었다. 장기기증을 못 받아 매년 300명이 죽는 벨기에는 잘 안 쓰는 휴대폰 앱을 자동 업데이트시켜주며 장기기증 서명을 유도한다. 매년 2만여 명의 아이들이 납치되어, 강제 노동과 성노예로 팔려가는 중국에서는 휴대폰용 얼굴인식 앱을 개발해 미아 데이터와 매칭 시킨다. 세계 3차 대전 위기로 몰고 갔던 미국과 쿠바 간의 핵미사일 갈등은 50주년을 맞아 사이트와 다양한 증언과 당시 기록을 수집해 영상이 만들어진다. 여기까지, 사이버(CYBER)와 모바일(MOBILE) 부문 수상작이었다.


야생보호기금협회 WWF는 나뭇잎에 새긴 카피를 개미들에게 들고 이동하게 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킨다.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 내놓은 트럭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 175톤의 우주왕복선을 끌고 실제로 이동한다. 보수할 도로는 많은데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손 놓고 있던 러시아의 예칸테린부르크는 실제 훼손된 곳에 담당자들의 얼굴을 그려 넣어 만천하에 망신살을 뻗게 한다. 폭동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입고도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던 영국 그린위치에서는 상점의 셔터에 아이 얼굴을 그려 넣어 범죄율을 18% 감소시킨다. 사막화와 대기 오염이 심각한 페루에서는 공학대학 학생들이 공기 중 수분을 식수로 바꿔주는 빌 보드판을 설치한다. SNS의 영향으로 비문을 자주 쓰는 아이들의 교육방식을 고심하던 브라질의 영어학교, 아이들에게 패리스 힐튼, 핑크 등 유명인의 트윗을 직접 교정하게 함으로써 팬질과 문법 교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도브는 외모 자신감을 잃어가는 여자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얼굴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얼굴을 스케치해 비교하게 함으로써 생각보다 아름다운 나의 모습을 깨닫도록 유도한다. 더 많은 이들과 콜라를 나누기 위해 코카콜라는 실제 사이즈의 캔을 두 개로 나누고 행복을 두 배로 키우라고 말한다. 기저귀 브랜드 팸퍼스는 정규방송 시간에 분만 과정(아이가 태어난 순간)을 느닷없이 실시간으로 중계함으로써 개인의 기적을 모두의 기적으로 바꿔준다. 여기까지, 프로모션(PROMO & ACTIVATION) 부문 수상작이었다.


나이키는 영웅주의를 잠시 벗어난다. 걷는 것도 숨차 보이는 거구 소년의 긴 달리기. 위대함은 변화를 시도하는 모두의 내면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꼭 저개발 국가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식 관용주의. 하루 44명, 세계 자살률 1위 국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자살이 이뤄진다는 마포대교에 삼성생명이 2.2km의 LED와 센서를 통해 만류의 메시지를 전한다. 종교분쟁으로 인한 오랜 내전 국가 마케도니아는 두 종교모임을 한 장소로 모아 연합 기도의 날을 정하고, 이는 국경일로 까지 지정된다. 캐나다 맥주 브랜드는 광고 캠페인을 주인공 오디션 과정을 통해 드라마와 코미디 영화로 제작하고, 영화는 박스오피스 4위(당시 레미제라블 6위)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한다. ‘4분마다 축구장만 한 숲이 사라지는’ 브라질, WWF는 삼림파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실제 축구 중계에서 4분마다 축구장 잔디가 벌거숭이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폭스바겐은 중국시장 진입을 위해 디자인 공모전을 2년 동안 진행하고 3천만 명, 26만 개 아이디어가 몰린다. 장난감 자동차 브랜드 극한의 스턴트가 연출되는 장난감 트랙을 실제 도로 위에 초대형 규모로 설치하고 ESPN을 통해 중계한다. 리들리 스콧 감동의 SF 대작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사전 콘텐츠 경험을 위해 2023년 버전 TED를 촬영한다. 여기까지, 통합 마케팅(TITANIUM AND INTEGRATED)과 브랜드 콘텐츠 (TITANIUM AND INTEGRATED) 부문 수상작이었다


연필 브랜드 스테드 틀러는 아트디렉터 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전한다. IT 환경이 발전하면서 줄어만 가는 연필 사용. 아들이 연필로 그리는, 이제는 몸이 불편해진 아버지의 얼굴은 전 일본을 감동시킨다. 매일매일 다른 티를 즐기는 방법, 독일의 100년 넘은 차 브랜드 HAELSSEN&LYON은 티백으로 달력을 만든다. 더 이상 클래식을 듣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일본 필하모닉은 USB를 배포한다. 마치 처방전처럼 각 USB에는 증상별(수면, 복통)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 데이터가 담겨 있다. 독일의 레코드 사는 종이 위에 LP를 놓고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턴테이블을 제작한다. 부채와 농사 실패로 30만 명이 자살한 인도, 언론사 TIMES OF INDIA는 이들 농부 중 12명의 얼굴을 건초 조각으로 그려 전시회를 열고 경매에 붙인다. 수익금을 유족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지난 수년간 15000그루의 나무들이 죽어가는 베를린에서는 관심을 모으기 위해(모금하기 위해) 나무 열매가 떨어지는 곳에 조명과 센서를 달아 음을 생성하고 이를 음원으로 생성해 음반을 제작한다. 브라질은 텅 빈 매장을 만들어서 옷을 기부받는다. 옷을 사는 곳이 아닌 옷을 가져오는 곳이라는 역발상 콘셉트. 3.2톤의 옷이 기부된다. 늘 패키지를 활용한 새로운 디자인의 광고로 주목을 받던 앱설루트 보드카는 생산공정을 바꿔 수백만 병 모두를 다른 디자인, 즉 한정판으로 탈바꿈시킨다. 지금도 팔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세계 아동학대 방지의 날을 맞아 48페이지 신문 전면을 아이들의 이름만을 적어 발행한다. 혈액부족 현상을 우려한 브라질 혈액은행은 축구팀 유니폼 컬러를 원래 빨강에서 흰색으로 바꿔 헌혈을 유도한다. 헌혈수가 늘고 경기를 치를수록 흰색 유니폼은 원래의 빨강으로 색을 되찾는다. 60년 이상 갈등이 지속된 인도와 파키스탄에 코카콜라는 각각 자판기를 설치한다. 자판기에 달린 화면을 통해 상대국가의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손을 맞대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는 등 미션을 수행하면 콜라가 공짜로 나온다. 코카콜라는 미친 생각이 새로움을 탄생시킨다는 전략으로 이를 추진했다고 한다. 뉴질랜드 앰네스티는 페이스북 타임라인 분석을 통해 얼마나 황당한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전기고문, 태형, 감금, 사형 등의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은 지 간접체험을 유도한다. 벨기에에서는 위치기반 기술을 중심으로 현재 지역의 틈새 비즈니스를 찾도록 돕는다. 이는 정치적 논제로까지 발전하고 현재 17만 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보고되고 1500개가 실행되었으며 지금도 새로운 사업을 위한 DB사이트로 쓰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소매상가 브랜드는 미터기를 개조해서 택시비만큼 살 수 있는 물건을 보여주고 할인쿠폰을 발급해 구매를 유도한다. 뉴질랜드 동물학대 방지 단체에서는 집안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애완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주고 입양을 유도하기 위해 개들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행하게끔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여기까지, 디자인(DESIGN)과 디렉트(직접 마케팅) 부문 수상작이었다


인권, 환경, 전쟁 등 이번 깐느 국제광고제에서만 이런 주제들이 부각되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늘 잔존했었고, 그것은 문화와 배경의 차이에서부터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단발적으로나마 해결의 기미를 보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올해의 문제는 내년에 또다시 부각될 문제이기도 했다. 아무리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고 천재들이 밤낮을 잊어가며 고심한다고 해도 세상엔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으니까. 광고는 기업과 단체와 국가의 고민을 의뢰받아 관점을 달리하고 해석을 다시 시도하고, 이를 기술과 시스템의 힘을 빌어 새롭게 표현함으로써 제안하고 있었다. 보라고, 그래도 이 정도 바뀌지 않았냐고.


개선을 증명하는 모든 숫자를 믿지 않는다. 판매율이 열 배로 뛰고, 참여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렀으며, 매체 도달률이 억을 넘는다고 해도 숫자는 측정의 산물일 뿐, 체감으로 다가오기엔 요원하다. 광고의 역할 또한 그러하다. 동기를 부여하고 잠시 다른 관점을 제시할 뿐, 수용자들의 상황에 따라 장기적 개선의 가능성은 천차만별이다. 많은 광고인들이 세상을 바꾸려는, 당장의 부정적 상황을 긍정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안다. 광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되려 세계 각국의 타인들이 만든 광고들에 가장 많은 위안을 얻고 희망을 얻는 것은 광고 종사자 자신들인 것이다. 절감하며 늘 외줄에 오른다. 가능과 불가능을 저울질하며 불안한 발걸음을 옮긴다. 세상의 위협에 직면하며 신도 바꾸지 못할 것 같은 문제들의 해결책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실행한다. 결과는 읽었다시피 매년 이러하다. 수천 개의 이야기, 수만 개의 드라마. 세상은 광고와 다르다. 광고가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문제를 피하지 않고 그 문제에게 어떤 답을 내놓으려 고민한다는 희망이 광고 안에는 있다. 문제는 계속되고 위기는 증폭될 테지만 광고 또한 그만큼 표현될 것이다. 깐느 국제광고제는 그 수많은 표현의 증거 중 하나이고, 더 많은 곳에서 오늘도 광고는 수많은 이들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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