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의 연습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가정

by 백승권

난 행복하고 성공했다.

여생 동안 유지할 궁리를 하고 있다.

정신승리라면 유효기간이 100년일 듯.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직업.

두 가지 성취를 통해 스스로까지 사랑하게 되었음.

연장을 통해 부수적 비극과 불행이 따라오겠지만

매우 자주, 강렬한 만족을 느낀다.

내면에 몇 가지 자아가 있긴 한데,

부대끼면서 이 정도까지 생존했다면

나름 선방했다고 본다.

오래 사랑하고 싶어서 오래 살고 싶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며,

지금껏 사귀어온 소수의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살고 싶다.

이런 식의 쓰기를 통해 중간중간 인생 정산을 해둬야

나중에 또는 언젠가 또는 갑자기 죽더라도

눈을 부릅뜰 일 없겠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가정이

지금 당장 뭔가 헛되지 않아야 한다는,

또는 지금껏 해온 것들이 그리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으로 유도한다.

유서의 연습이랄까

표현의 행태나 범주가 조금씩 다를 뿐

누군들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보편적인 사고이자 쓰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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