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진 작은 어둠

by 백승권

유쾌한 이야기는 어려워요

찾아서 읽은 적도 없고

경험도 그렇죠

지금 하려는 이야기도 그래요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생각나서 적기는 하는데

처음 적는 것도 아니에요

잘 고쳐지지 않는 버릇 같은 것


손톱을 뜯어요

무의식이 초조함을 감지하면 심해져요

특이할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죠

고치려고 독하게 마음먹은 적은 없지만

시도는 했었는데 늘 제자리였어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좀 그렇긴 한데

손톱을 뜯으면 왼쪽 오른쪽 한쪽은

상처가 생길 때도 많아요

손톱은 손가락 윗부분 끝에서

밀고 나오는 얇고 단단한 뼈잖아요

손톱의 양옆은 피부와 살이 있죠

다른 부위보다 조직이 단단해요

손톱 한 부위를 톡톡 건드리면서

떼어내기 시작하면 이따금 피부와 겹쳐진

부분을 만나요. 둘을 분리하려고 시도하게 되죠

톡톡 떼어내고 떼어내고 떼어내려다

생채기가 나기도 합니다


피가 나죠. 그냥 피 조금 나요

거칠고 날카롭게 베인 것처럼

분수처럼 막 솟구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 휴지로 닦으며 조금 묻을 정도로 나요

위생과의 연관은 적은 것 같아요

조금만 이물감이 들어도 견디지 못해서

손을 꽤 자주 씻는 편이기도 하고


피가 겨우 안 날 정도로 뜯는 게 관건이에요

그 선을 넘으면 번거로워지니까요

아주 오래된 버릇이에요. 잘 안 고쳐지는

초조와 불안 증세의 결과이기도 하고

지금은 되려 이 습관이 감지되면

내가 지금 초조하는구나라고 여기죠

초조함이 길어지면 피를 원하기도 해서

조심하기도 하고요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연기한

세자매라는 영화에서 김선영 캐릭터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장미 가시였나

식물의 가시로 피부를 상처 입히는 장면이 있었어요

상처를 확인한 후에야 어떤 안도감에 이르는

캐릭터였고 그의 과거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죠

스스로 상처를 내야 겨우 안도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똑같지는 않았지만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누구나 조금은 자기만의 작은 어둠이 있을 테니까요

신체 손상과 연결된 작은 버릇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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