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름 부름 시름

by 백승권

구름이란 단어는

구름의 디자인과 스타일, 조형성과 생명력,

여름을 수놓는 장식미, 포근한 질감과

부드러운 감촉을 떠올리게 하는 순백의 귀여움,

깨질 듯 파란 하늘 바탕에 대비되는

명료한 컬러와 존재감, 수많은 명화들을

소환하는 자연 현상 원본의 장대함에 비해


너무 뭉툭하고 둔탁하고 누추해요


구름의 이름은 원래 구름이었을 텐데

수십 년 전부터 목이 부러지고 눈이 빠질세라

매료되어서 그런지 권한이 있다면

개명 신청을 하고 싶습니다


저렇게 우아하고 찬란한데

고작 구름이라고 불러야 하다니


루이스 폴센의 표면을

갯벌 진흙과 시멘트로 덕지덕지

붙이는 것 같아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돌쇠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에르메스, 마르지엘라, 겔랑을

상표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끝도 없죠


물론 무슨무슨 운이 많긴 한데

운이 많다고 좋아 보이지가 않아요

고적운 적란운 근두운

운자돌림이 어디 가문이 지하에 숨겨놓은

리미티드 바위 컬렉션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자 봐봐요


더 이상 구름이라고 하지 말고

다른 이름으로 불러요


감탄이 밀려올 때마다

행복에 휩싸일 째마다

두눈이 맑아질 때마다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요

아무 소리도 새어 나오게 하지 말고

떠올리기만 해요


거기까지 해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그의 이름으로

구름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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