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너무 쉬워요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의심은
사랑에 대한 의심일 것입니다
사랑을 원하기만 했지
제대로 정의조차 해석조차
의미분석조차 기원조차
성분조차 생각해 본 적 없었으면서
사랑이 없다고 의심해요
내겐 사랑이 없다고
나는 사랑받은 적 없다고
나는 사랑받을 자격 없다고
나는 그런 인간(실격)이라고
의심은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 같이
품은 자를 산산조각 내며 날려버리고
모든 결핍을 완전히 충족시키며
문제의 원흉은 바로 나 같은 의심은
처음 떠올린 자에게 노벨악마상을 줘도 될 정도
이런 의심은 정신의 영역에서 사그라들지 않고
피부 밖으로 뚫고 나와서 세상을 망가뜨리고
인간을 숙주화시키고 전염병처럼 돌게 만들어
트라우마, PTSD, ADHD 등 예능이나 미드 대사로
언급된 단어를 모조리 자기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
패션 정신병인가 싶을 정도로 자신에 취하다 못해
자신을 해롭다고 스스로 세뇌시킨 후 다시 거기에
심취하지. 인생의 고난에 기꺼이 휘말린
예술가의 영혼이라도 방사능처럼 쬐었는지
정신을 못 차려. 자신을 우울증 드라마의
비운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어
막 상처받은 영혼이 방황하고 이런 거 좀
트렌디해 보이니까. 과장된 연기로
진짜들에게 돌아갈 조명을 빼앗아가
이 글은 자다 깨서 다시 고치는 중인데
모든 문장 끝을 ~요로 고치면
(사실 제정신으로 쓴 것 같지 않은)
원문의 날 선 느낌이 너무 둥글둥글해져서
일부는 남겨두려고 해요. 이전 글들에서도
몇 번 시도해 봤는데 그때는 여러 개의 자아가
여러 개의 손으로 쓴 글이라는 설정을 했었죠
실제 자아의 개수는 모르겠어요
자아라는 게 정말 있다고 하고
그걸 셀 수 있다면 그걸 세는 자아도
포함시켜야 할 텐데 너무 복잡해지기도 하고
자아라는 게 인간의 정신 영역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이론화시키기 위해
개념화시킨 걸 텐데 지금 내용처럼 엉키게 되죠
이게 핵심도 아니고 늘 핵심은 아니었죠
자아는 표현의 결과라기보다는
무드에 가까우니까. 지금은 그래요
자정에 쓰고
아침에 다시 고치는 패턴이
재밌긴 해요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