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길게 쓸 필요도 없다.
모두가 같은 배에 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이 얼마큼 차올랐는지
살아서 나갈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구명보트는 있는지
결함의 근원은 어디인지
왜 고쳐지지 않는지
왜 고치지 않는지
초연함.
침묵.
몇 바퀴를 돌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
같은 상황을 겪은
이들의 얼굴에서만 볼 수 있는 같은 표정들
모두가 지쳐 있을 때는
먼저 소리 지르는 이가
깃발을 들고 해가 보이는 곳으로
뛰쳐나가면 될 것 같지만
해결될 것 같지만
알고 있다.
도발과 저항이 심지의 불이 될 수 있었다면
이미 주변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것을 시도해도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몇 번 아프고 서글프고 화나고
그러다 보면
벽과 문의 차이를 알게 된다.
손잡이가 없고
열쇠가 없고
처음부터 문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균열은 꾸준히 경고되었고
침몰하는 지금도 제기되고 있지만
먼저 파괴되는 것은
먼저 고통을 호소한 자들이다.
마음이 무너지고
몸이 무너지고
시간이 무너지고
공간이 무너지고
그러다 정신이 잠시 들어
거리를 두어도
이미 전신엔 화상이 뒤덮여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이미 경험한 자들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하고
지금 경험하는 자들은
도망치고 싶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에게 살의를 느끼고
선택한 일과 공간에게서 신뢰를 잃는다.
의지의 문제라면
얼마나 쉬울까
개인의 문제라면
얼마나 간단할까
방향 없이 쓰는 나는 사실
이런 글이 필요 없다.
읽고 쓰는 과정에서 위로를 얻을 단계를 지났다.
이미 겪은 문제를
지금 겪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쓴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착하게 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