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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에 들어간 설탕처럼

by 백승권

죽음을 기준으로 보면

모든 삶은 이별의 과정

요즘 왜 이리 죽음에 집착할까

죽고 싶은 건 아닌데

죽어가는 건 맞지만

서서히 죽어가는

곁에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너무 많아서

이러는 것 같아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늘 죽음을 생각해


죽지 않은 척하는 건

늘 불안과 추위에

떨고 있는 생각뿐이지만

이조차 다 죽고 난 후

몸 안에 채워진 기체가 빠져나가며

동반되는 경련은 아닐까


죽음을 생각한다고

지금이 평온해질까 그럴 리가

지금 여기는 죽음의 반대편이 아니라

너무 가까운 자리인데


어떤 죽음인지 늘 달라

하지만 죽음이라는 건 늘 같아

절대적인 되돌릴 수 없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런 종결의 지점


죽음을 생각만 할 때는

뜨거움으로 가득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많았지

지금은 조금 달라요

지금은 실제로 죽음이 모습을 드러내며

가까이에서 커다란 굉음과 진동을 일으키며

시공간을 뒤흔들고 있어 점점 커져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난 그 일부니까


그러다 침잠해졌지

지나가는 사건

받아들여야 하는 일

어차피 닥칠 것

이렇게 자연스럽게 쌓였어

마른 수건을 개어놓듯이


그리고 상상해

멀지만 가깝고

분리될 수 없는 누군가

죽음과 먼저 만났을 때

내가 있어야 할 공간과 시간

내가 해야 할 움직임들을 상상하기도 해

서류 준비 같은 것을 검색하기도 해

부차적인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누군가는 해야 하고

내가 멍하니 있을수록

다른 누군가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바빠질 테니


죽음에 대한 집착은 이뿐만이 아니야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서

내가 놓치면 안 될 것들을 미리 떠올리기도 하지만

아주 느린 지금 같은 죽음을 연기처럼 만지기도 해

숨의 일부가 된 것처럼 폐 깊은 곳에서

입술 위까지 옅게 뒤덮여


완전한 끝을 떠올리면

그렇지 않은 현재가 가벼워질까봐 라고 하기엔

현재를 끝내고 싶을 정도로 다

놓아버리고 싶은 적은 없었어

늘 부둥켜 잡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걸 잡을 수 있다면 나머지 것들을

모두 없애도 괜찮다고 여겼었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

그래서 가끔은 힘겨웠지

특정 대상의 실질적인 소멸을

간절히 바라기도 했으니까


죽음에 집착하게 되는 건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서 그런 거 같아

실제 일어나면서 다른 것들도

같이 사라지게 되니까

같이 사라지는 것 중에

조금 더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것들이 있고

조금 더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것들과

정말 좋은 기억과 이미지, 대화와 온기가 남아있고

그것들로 현재의 순간들을 겨우 이어나가는데

죽음을 인정하게 되는 건 이것들의 끝도

같이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서

내가 끝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런 것들이 끝나는 게 그걸 알고 있는 게

그걸 알면서도 생물학적 최후를 막을 수 없고

사건사고의 변수를 제어할 수 없으며

신도 아들을 죽이며 뭔가를 희생했다는 데

내겐 대안의 제물이 없다는 것


이런 걸 떠올리면 내가 얼마나

가진 게 없는 존재라는 걸 다시 알게 되고

이런 상태로 뭔가를 지키려는 행위가 부질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것들을 하고

그 틈새로 죽음을 떠올리는 거야

쿠키에 들어간 설탕처럼

보이는 것 사이에 들어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달콤한 혀와 썩은 치아를 동시에 얻겠지


옷의 무게를 느끼는 것 같아

죽음을 늘 입고 있고

죽는다면 그때 벗게 되겠지

죽음 자체가 될 테니까


너를 생각해




The cruise ship MSC Divina passing by the old town, Venic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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