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방 메고 실내화 가방 들고
학교 가며 무슨 생각해
비 올 때는 우산까지 들잖아
1학년 때는 나와 자주 갔었는데
추운 날에 실내화 갈아 신는 게 짠했어
너무 추우니 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갔으면 했거든
끝나고 나올 때 너는 기다리는 나를 보고서는
마구 달려와서 안겼지 나는 너를 번쩍 안아
들어 올렸고 너의 친구들이 쳐다봤어
나는 너가 학교 마치면 늘 이렇게 안아서
번쩍 들어 올리고 싶었어
미리 예고하지 않고 왔을 때가 대부분이라
너는 늘 놀랐었지
늘 너가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나
널 그대로 안고서 집까지 아장아장 걸어온 적 많았지
지금도 그렇듯 그때 넌 더 작은 아가였으니
너가 하루를 지내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궁금해
비슷한 동선 안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풍경은 늘 비슷할 수 있거든
물론 학교와 교실 안에서는 여러 명이 있으니
다양한 일들을 겪을 수 있겠지
그럴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너무 많아서 다 기억나지 않겠지만
그리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도
어떤 기분인지 생각인지 궁금해
미술학원에서 집중하며 커다란 그림을 그릴 때도
피아노학원에서 작고 말랑한 손으로 건반을 칠 때도
수영장에서 어푸어푸 물과 친해지려고 노력할 때도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궁금해
오늘은 금요일이야 우리는
2시간 정도 후에 다시 만나지
너와 이야기를 하고 책을 보고
같이 웃고 떠들고 뒤집어지고
장난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재밌어져
우리의 수연이는
어이구 둘이 모하냐...
(둘이 아주 난리가 났네)
이러겠지만
너가 국어와 수학문제를 풀 때도 머릿속이 궁금해
왜 그렇게 문제지에 그림을 그리는 지도 궁금하지
너와 나와 같이 책을 볼 때 이것 보라고 정말
웃기지 않냐며 자꾸 쳐다보고 말을 걸고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반응하는 걸 원하는 게 좋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너는 수연이 몸 안에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커져서
눈을 반짝반짝 동그랗게 뜨고
햇살처럼 웃으며 주변을 밝히는 걸까
물론 너가 짜증을 낼 때는 모두 힘들지
감정을 제어하는 일은 모두에게 힘들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래도 너가 수연이에게 다시 가서
작은 강아지처럼 몸을 둥글게 말아서
안길 때는 너무 귀여워
너도 미안한 마음에 그러는 거 모두가 알아
나도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으니까
특히 너가 날 너무 아프게 때리거나
너가 위험할 때 멈추게 하기 위해 목소리가
올라갈 때가 있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너가 만에 하나 다치면
우리의 세상은 그만큼 멈추고 파괴되니까
너가 밤에 기침하면 우리는 뜬 눈으로
여전히 지새우듯이
그래도 너가 조금은 커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난 아직도 심장과 다리가 제어가 안돼
앞으로도 그러겠지
여전히 널 가만히 바라보면
눈물겨워지는 것처럼
몇 시간 후에 만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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