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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드에서

by 백승권

많이 다르겠지

내가 인지하는 세계와

너가 인지하는 세상과

실제 존재하는 지금이

원본의 정체를 분간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어지러워


이런 한가한 소리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말과

경멸당하는 글자들

오래전 포기한 시도들과

그냥 해와 그냥 도망쳐가

공존하는 낮


집중의 틈과

침묵의 연속

비어있는 위장과

내가 조립하지 않은 몸의 설계들


떠오르고

생각나고

기다리거나

숨기려는 것들


긴장에 대한 긍정과

이런 판단에 대한 (오랜) 의심


진전 없는 대화들

대화 없는 후퇴들

다 쓸데없다고 여기면

정말 그렇게 될까 봐


쓸수록 알 수 없고

품으면 조바심 나고

기습하는 허기와

분리를 모르는 멍함


어떤 상태도 아닌 상태와

간절히 원하는 어떤 간격


헤맨 척하고 있고

실제 헤맨 적 많지만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또렷해질 때가 있어요


감싸서 쥐고 있다면

오히려 뿌옇고 흐릴 텐데

거기 멀리 있어서

자꾸 초점을 맞추고 있고


보이지 않아서 상상하고

들리지 않아서 쓰는


너무 많아

너만 없어





*Montbl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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