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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상 모두 같은 의미

by 백승권

글을 쓸 땐 혼자가 좋아

글을 쓸 땐 혼자가 되고

글을 쓸 땐 혼자입니다

글을 쓸 땐 혼자가 아니기도 하고


경험 상 모두 같은 의미


일곱 시간 전에 전화를 받았어요

출판사였고 내용을 간추리면

여러 응모작 중 좀 특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상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지만

직접 쓴 글인지 확인하고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두 개의 글, 긴 본문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길고 장황한 대답을 했어요


외부에 있었고

집에 돌아와

그때 글을 다시 읽었어요


꾸미지 않으려는 태도로

내쉬는 숨을 그대로 옮기려는 듯

쓰기에 대한 접근을 조금 다르게 한지

조금 되었고 해당 글은

그런 과정 중에 쓰인 글이었고


장식을 없애는 방식의 장식

힘을 빼는 과정에서 드는 힘

생각을 지우려고 하는 생각

의식하지 않으려는 의식들

쓰려고 하지 않는 척 쓰이는 것들


하나 같이 말이 안 되고

말이 된 적 없었고

그런 것들 사이에서

방향 없는 방향과

답 없는 질문만 늘어놓으며

살고 싶은 척 죽어가고 있는데


오늘처럼 낯설고 흥미로우며

평가의 결과와 기대를 가져다주는

일이 생긴다면 그런대로 괜찮아요

누군가는 시간을 들여 뭔가 읽고 있고

그중 어떤 것은 내게서 나온 것들


연락을 마치고 어쩌다

옷장에 걸어본 적 없는

두 가지 브랜드의 옷을 샀어요

그중 하나는 일진 같았고


최근 수 달 동안 글쓰기 빈도가

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요

생각과 실행의 주체가 모두 나니까

잔에 물이 넘쳐흐르고

넘친 물을 여기 옮겨 적고 있어요

담긴 물과 넘친 물에는

눈물이 많이 섞여 있어요


글을 쓸 땐 혼자 울기 좋고

글을 쓸 땐 혼자 우는 사람이 되고

글을 쓸 땐 혼자 울고

글을 쓸 땐 혼자 우는 게 아니기도 하고


경험 상 모두 같은 의미



Wooden beams, illuminated lines, suspended neon logos - Prada Natural evokes movement within structure. The Selfridges Corner Shop in London becomes a dimensional canvas of solids and voids, an immersive setting for transitional dressing. From 27 August through 20 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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