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제외시켜 질서를 유지시키기로
그만 두면 그만 보게 된다. 그만 두면 그만 하게 된다. 그만 두면 그만이다. 그만두지 않으면 좋을 텐데, 내가 어찌 생각하든 그는 그만둔다, 그는 그만 둠으로써 그만 보고 그만 하게 될 것이다, 그만 느끼고 그만 바라게 될 것이다, 그만두니까 그만, 이제 그만.
순수를 의심하지 않음을 가정하고 쓴다, 어차피 이 글을 읽지 못할 테니까.
최선을 다해 최대 다수에 호소해도 개선되지 않는 열악함이 있다. 그는 그 열악함에 적응하지 않고 바꾸고 싶어 했다. 보다 못해 쓸데없다고 직설해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유일한 방식인 듯. 그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달랐고, 그것이 꾸준해서 (일부의 시선에) 거슬렸을 뿐이다. 그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려 깊고 헌신적인 면이 있었다. 그 지위에 낯선 태도였다. 꾸준한 선과 꾸준한 저항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방식을 의심하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그에게 조금만 완만한 곡선이 있었다면 최적의 퍼즐 조각이 될 수 있었다. 단언할 수 있다. 그는 실력자였고 착했다. 꺾이지 않았던 부분을 꺾지 않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렇게 그의 주변엔 그만의 아우라가 형성되었다. 일부는 다가설 수 없는 거리의 형성. 그런 꾸준한 아우라가 옅고 넓은 오해를 샀고, 그것이 오해든 아니든 그를 '불편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했다. 서서히 감정의 거리가 대화의 거리가 업무의 거리가 벌어졌다. 그가 가장 먼저 알았고 다수가 말없이 알고 있었다. 들리지 않는 수많은 대화가 오갔다.
그와 그의 지인, 지인과 지인, 지인과 비지인, 비지 인과 비지인, 그는 이상한 이유로 침묵의 대화 속에 오르내리는 이가 되었다. 안타까운 사람, 불의에 적응하는 것을 거부했던 사람, 친절하지만 어려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싫어할 수 없지만 눈밖에 나버린 사람이었다. 짧은 기간,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폭풍이 지나갔다. 그는 고요한 정 중앙에 서서 가장 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로, 다수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로, 스스로를 제외시켜 질서를 유지시키기로.
짜증이 났다.
비겁한 게 얼마나 편한데 왜 혼자 나서 독박을 쓰냐고, 남 인생 어찌 되던 자신이나 챙기지 왜 그리 오지랖이냐고, 얼마 전 조용한 자리에서 난 가파른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싹수없는 말투로 그를 힐난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바보, 등신, 천치 같았다. 그는 자리를 비울 것이다. 그는 눈 앞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의 근황은 들리겠지만 직접 볼 일은 거의 드물 것이다. 그도 나도 스쳤던 한 명 정도가 될 것이다. 난 그처럼 되고 싶지도 않고 되지도 못할 것이다. 수년 미뤄둔 신혼여행이나 잘 다녀오길.
드문 캐릭터였다. 조직과 관계라는 불결한 메커니즘에 적응하지 않고 상처를 자처할 수밖에 없는 성정. 밥과 커피를 자주 사주고, 대화가 맞아 즐거웠는데, 뭐, 며칠 후면 볼 일 없겠지. 컴퓨터는 꺼지고 공간의 산소는 늘겠지만, 상실의 흔적 또한 오래 남을 것이다.